현재 세계적인 경기침체 및 금융 위기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의 중요한 기저요인은 높은 인플레이션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올해 다섯 차례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은 고공행진하며 특히 대외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고통을 주고 있다.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은 향후 실제 인플레이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가계 및 기업은 예상하는 인플레이션에 의존해 현재의 경제 행위를 결정하고, 결과적으로 이들의 행위에 의해 시장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각국의 중앙은행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중요한 정책지표로 활용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대인플레이션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예상과 다를 경우 통화정책의 효과는 정책당국 예상과 달리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작년 8월 잭슨홀 연설에서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것이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2% 정책 목표치와 대체로 일치한다”고 발언하며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이하 수준에서 3월부터 급속히 증가해 7월 기준 5.4%로 지속적인 상승 추세였고, 기대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 지표 역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파월이 인용한 기대인플레이션은 오랜 기간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해 온 전문가 장기(10년) 기대인플레이션이었다. 가상적인 추론이지만,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보다 선제적인 긴축정책을 사용했더라면 최근 미국이 시행한 급속한 금리 인상의 필요성 및 그로 인한 세계 경제의 충격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측정은 주로 일반인 및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설문조사에 의존한다. 미국은 미시간대가 1966년부터 소비자를 대상으로 작성하고 있는 지표를 비롯해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만 20개 이상 다양하게 존재한다. 반면 한국은 한국은행의 소비자 동향 조사에 기반한 단기(1년) 기대인플레이션이 유일한 공식적인 지표이며, 전문가 설문조사에 기반한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분기별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서만 일부 공개하고 있다. 소비자동향조사표에는 중앙은행의 정책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장기(5년)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문항도 있으나 한은은 일반인 기반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 대신, 컨센서스 이코노믹스라는 영국 민간 설문조사 기관의 전문가 장·단기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를 정책 결정에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설문조사에 의한 지표는 직접적으로 심리 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질문의 표현 방식, 표본추출의 대표성 확보 문제 등으로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도 통상적으로 표본 크기가 작고 진솔한 응답을 제공받기 힘들 수 있다. 거시경제학의 석학인 유리 고로드니첸코 UC버클리 교수는 중앙은행이 전문가보다는 실제 시장 가격 결정에 참여하는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 상태를 정책 결정에서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한국의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는 정확히 추정되고 있는가? 한은의 지표는 과거지향성(backward looking) 등 다른 나라 지표와는 다소 다른 특성을 보여주고 있어 설문조사 방식의 개선을 비롯한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 올해 저널 오브 이코노메트릭스에 발표된 한 논문은 이탈리아 트위터 자료를 이용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을 추정하는 방법이 유용함을 보여줬다. 설문조사와 달리 이런 텍스트 분석법은 표본의 크기가 매우 크고, 실시간으로 추정치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용자들이 스스로 입력한 자료를 이용한 것이므로 문항 형식에 따른 응답 편의가 적다는 장점을 가진다.
최근 필자의 실험적 연구에서도 한국의 뉴스, 트위터, 커뮤니티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기대인플레이션 추정치가 기존의 지표에서 나타나지 않는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향후 보다 엄밀한 연구를 위해서는 경제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언어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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