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독립성 해친 민주당
최 전 원장이 정치 참여를 위해 임기를 6개월 남겨둔 작년 6월 사퇴하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그의 독립적 직무수행 노력을 깡그리 무시했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장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최 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했다. 자신의 정부가 최 전 원장을 옴짝달싹 못하게 해 놓고는, 최 전 원장이 임기를 마치지 않았다며 책임을 돌린 ‘유체이탈 화법’의 전형이다.이런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서해 공무원 피살 등 문제를 감사한 감사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보복용 감사,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한다.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여당일 때 궁지에 몰리면 감사원 감사에 극렬 저항해 ‘식물 원장’을 만들어 버리고, 야당이 되니 이번엔 감사원 권한을 줄이는 입법을 169석 거대 의석으로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신정훈 등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감사원법 개정안을 보면 헌법에 분명히 ‘대통령 소속’이라 돼 있는 감사원을 의회 감시권역으로 무리하게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많다. 감사원이 특별감찰을 할 때는 국회 승인을 얻고 결과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또 헌법에 ‘공무원 직무감찰’이란 감사원 역할이 규정돼 있는데, 정부 중요 정책 결정의 당부(當否·옳고 그름)는 판단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규정을 넣었다.
감사원 권한 제한은 위헌·꼼수
이러면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같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파헤치기 어려워진다. 이전 정부의 공과(功過)를 평가해 새 정부의 국정 기조 방향을 잡으려는 시도도 가로 막힌다. 한마디로 헌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감사원 독립성 제고를 위한 그동안의 논의는 결코 적지 않다. 헌법에 명시적으로 감사원의 독립성을 규정하는 방안, 감사원장 임명과 관련된 대통령 권한을 줄이거나 감사원장 임기(현행 4년, 중임 가능)를 미국의 15년처럼 길게 보장하는 방안 등 대안은 여럿 있다. 감사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문제도 독립성과 관련이 크다.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의 한계를 지적할 수는 있는데, 의회 소속으로 바꿔도 여소야대 정국에선 감사원이 야당의 정치 투쟁 수단이 될 위험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이런 방향에서 개헌을 고려하거나 관련법을 개정하자는 제언을 하는 게 순서상 맞다. 그렇지 않고 의회의 감사원 통제권만 잔뜩 강화하려는 야당의 시도는 분명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정치적 목적이 우선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니 ‘검수완박’에 빗대 ‘감사완박’(감사원 권한 완전 박탈)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