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새벽 0시 7분(한국시간 기준) 필리핀 세부 막탄 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착륙 후 활주로를 이탈(오버런?over-run)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대한항공 비행기 동체가 이만큼 반파된 것은 23년 만에 처음이다. 파손된 항공기는 폐기될 전망이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에서 23일 오후 6시 35분에 출발한 A330-300 여객기(편명 KE631)는 막탄 공항에서 2차례 착륙에 실패한 뒤 3번째 시도 끝에 활주로를 벗어나 풀밭 위에서 멈췄다.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을 보면 땅과 마찰한 여객기 앞부분 동체와 바퀴가 크게 파손됐다.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 정도로 반파된 건 1999년 12월 22일 화물기 추락 사고 이후 처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에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을 출발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항공기는 이륙 직후 기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활주로 끝에서 3km 떨어진 인근 숲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해당 화물기에 탑승한 승무원 4명이 전원 사망했다.
다행히 이번 사고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부상으로 병원에 이송된 사례도 없었다고 한다. 여객기에는 승객 162명, 승무원 11명 등 총 173명이 탑승했다. 여객기가 착륙한 지점이 민가와 불과 몇㎞ 떨어지지 않은 만큼 자칫 큰 사고로 번질 위험도 상당했다.
파손된 기체는 재사용하지 않고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은 필리핀 현지 사고 조사기관에서 항공기 견인에 필요한 조치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항공 사고의 경우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기까지는 통상 6개월 정도가 걸린다. 국토교통부는 필리핀 당국과 함께 여객기의 브레이크 시스템 고장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착륙 당시 악천후도 사고의 주원인으로 추정된다.
한편 해당 여객기로 귀국할 예정이었던 승객들을 태우고 돌아올 대체 항공편(보항편)이 이날 오전 10시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했다. 보항편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3시 30분께 출발해 오후 8시 5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