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 개발에 주력한 삼성전자가 ‘전통·특화’ 공정 투자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의 텃밭으로 불리는 전통·특화 공정 시장에서 고객을 끌어와 점유율 격차를 줄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2024년까지 전통·특화 공정을 지금보다 열 개 이상 더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2027년 전통·특화 공정 생산능력은 2018년의 2.3배로 확대된다.
파운드리 공정은 크게 최첨단, 전통, 특화로 구분한다. 최첨단 공정에서는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같은 초소형·고성능·저전력 반도체를 생산한다. 전통 공정에서는 미세화 필요성이 크지 않은 차량용 반도체, 센서 등을 제조한다. 특화 공정은 특정 고객의 요청에 맞춰 전통 공정을 일부 개선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5㎚ 등 최첨단 공정에서 TSMC와 경쟁하는 데 주력했다. 후발주자로서의 생산 능력 한계를 기술력으로 만회하기 위해서다.
업력이 쌓이면서 전통·특화 공정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 자동차용 반도체, 센서 등 전통·특화 공정에서 생산하는 칩의 수요가 커진 영향도 크다. 예컨대 일반 자동차에 약 200개 반도체가 들어가지만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넘는 칩이 쓰인다. TSMC 매출의 절반 정도가 전통·특화 공정에서 나온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경쟁사의 텃밭을 공략해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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