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사진)이 계열사 SPL의 경기도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머리 숙여 사과에 나섰다. 사고 일주일 만이다.
허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SPC 본사 2층 대강당에서 SPL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고가 발생한 SPL뿐 아니라 저희 회사 구성원 모두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다시 한번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SPL이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 해당 공장의 작업을 재개했다가 중단한 것과 관련해 허 회장은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잘못된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SPL이 사고가 발생한 교반기에 가림막을 치고 다른 교반기가 공정을 진행한 점을 확인 후 근로자의 불안을 고려해 SPL 측에 작업중지를 권고한 바 있다.
허 회장은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특히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한 직원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총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 안전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SPC그룹은 다만 이번 사망 사고 관련 고용노동부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별도 질의응답을 하지는 않기로 했다.
허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는 SPC 총괄사장인 황재복 대표가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경영 강화 계획을 내놨다.
이달 15일 오전 6시20분께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근로자 A(23)씨가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던 중 기계 안으로 상반신이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A씨는 소스를 만들기 위해 마요네즈와 고추냉이 등 배합물을 교반기에 넣어 섞는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는 이번 사고가 교반기에 끼임 방호장치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없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 기관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작업 절차와 안전 조치 등에 관한 서류와 전자정보 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강동석 SPL 대표를 입건한 상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