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20.36

  • 13.98
  • 0.55%
코스닥

693.15

  • 3.68
  • 0.53%
1/3

쪼개기 상장 논란 자세하게 알아보기[이창환의 PEF처럼 주식하기]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이 기사는 10월 21일 10: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주요 사업부의 물적 분할 후 상장을 통한 외부 자금유치. 소위 '쪼개기 상장'에 대한 논란이 수 년째 지속되고 있다. 주식시장이 침체되자 그 논란은 더 거세졌다. 물적분할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국민 여론이 매우 좋지 않고, 최근에는 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이 결성돼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DB하이텍 및 풍산 등의 기업에서 기존에 발표했던 물적분할을 취소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에는 정부에서 물적분할에 대한 일반주주 권리보호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요 사업부의 물적분할 후 상장이 주주가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경영진들은 왜 지금까지 이러한 일을 많이 해왔고 또 앞으로도 하려고 할까? 해당 기업 경영진들의 설명은 대체로 이렇다. "성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사업이기 때문에,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들으니 수긍이 되는 것도 같다.
모회사 대주주엔 장점 뚜렷한 물적분할

그러나 사실은 저 말의 앞에 생략된 중요 내용이 있다. 그 말은 바로 "모회사에 대한 대주주 경영권 지분의 희석 없이"라는 전제다. 그 이유가 아니라면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분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유상증자나 주식연계채권 발행 등을 통한 외부 투자 유치도 가능하고, 혹은 우리나라에는 인적분할이라고 하는 좋은 제도가 있어서 이를 활용하면 사업부는 물적분할 때와 동일하게 독립회사로 분할되면서도 기존 회사와 신설분할회사의 주주는 동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주주가치의 훼손 없이 매력적인 신사업에 대해서만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유리한 조건에 외부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다. 다만 분할 없이 바로 투자유치를 하거나 인적분할 이후 투자유치를 하게 되면 기존 대주주도 동일 비율로 신사업에 대한 투자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자금을 조달하면 할수록 대주주의 지분율과 지배력이 하락하게 된다.

그렇다면 주요 사업부를 물적분할 후 상장을 할 때 모회사 주가가 악영향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크게 몇 가지를 들자면 변화된 구조의 세금적인 비효율성, 소유구조 변화에 따른 분할사업부 수익 배분에 대한 의사결정 변화, 분할사업부에 대한 모회사 주주들의 의결권 박탈 등이다.

세금적인 비효율성은, 분할대상 사업이 사내의 사업부나 100% 자회사로 있을 때는 해당 사업에서의 전체 수익과 현금흐름을 추가적 세금 없이 모회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에서의 비용을 모회사 다른 사업부의 과세대상 수익과 상계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혹은 그 반대도 가능) 세금적으로 효율적이다. 반면, 지분이 분산된 상장 자회사가 된다고 하면 자회사 수익의 일부인 배당금만 실질적으로 모회사가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해당 사업부로부터의 실질적인 현금흐름이 대부분 절반 이하 어떤 경우는 0으로 하락하게 되며, 해당 상장 자회사에서 법인세를 내고 나서 남은 순이익으로 지급되는 배당에 대해서도 모회사가 법인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물론 지분율 수준에 따라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에 대해서는 법인세가 기본세율 대비 감면되기는 한다.

소유구조 변화에 따른 수익 배분 의사결정 변화도 큰 이유 중 하나다. 물적분할된 상장 자회사에 외부 주주가 생기게 되면, 모회사 대주주 입장에서는 세금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장 자회사에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환원을 할 이유가 기존보다도 더 줄어든다. 회사에 유보하게 되면 필요할 때 대주주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현금으로 가치를 갖지만, 분할상장 이후에는 배당을 할 경우 외부 일반주주에 대한 자금 유출이 기존보다도 더 커지고 모회사 대주주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더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모회사와 자회사의 주주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회사에 있는 현금을 기존처럼 모회사에서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려워지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의 상태가 된다. 자본의 원활한 이동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여러모로 회사 내 사업부나 100% 자회사일 때 대비해서 수익과 현금흐름의 배분 의사결정이 크게 달라지는 셈이고, 그 결과가 모회사의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불리해진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분할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 일반주주들의 의결권 박탈이다.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만들게 되면, 해당 사업부의 이사 선임/해임, 배당, 정관 변경, 증권발행 등 기존에 사업부로 존재할 때 주주들이 의결권을 가지고 있었던 사안들이 물적분할 이후에는 모두 주주가 아닌 모회사 경영진이 결정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이것이 일반주주의 권리 차원에서 얼마나 손해인지는 국내 시장에 상장된 우량주들의 보통주와 우선주간의 가격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주요 사업부의 물적분할 이후 상장을 하지 않더라도, 물적분할 그 자체만으로 모회사 주주가치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 때문에 심지어 물적분할 이후에 상장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고 해도 일반주주들이 물적분할 단계에서부터 반대할 이유가 여전히 있는 것이다. 의결권 박탈이라는 손해를 감수할 만한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에는 말이다.

덧붙여서 주식시장에서의 수급적인 이유도 있다. 매력적인 주요 사업부가 별도 자회사로 분할되어 상장을 하게 되면, 기존에 해당 사업부의 성장성을 보고 모회사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은 모회사 주식을 팔고 신규 상장된 자회사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에, 모회사 주가는 하락압력을 받게 된다.
이사회 감시 강화·주주환원 등 무분별 '쪼개기 상장' 견제해야

결국 대규모 외부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대주주의 지배력과 경영권을 유지·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주주가치 훼손이 없거나 오히려 혜택이 있는 인적분할과 같은 대안적 구조가 있음에도, 여러 이유로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이 생길 수 있는 물적분할 후 상장과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던 것이다. 대주주는 보유한 모회사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대부분의 경우에 없기 때문에, 모회사의 주가가 내려가도 대체로 상관이 없다. 이렇게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에 분명한 이해상충이 존재하는데, 대주주의 입장을 주로 고려한 의사결정을 이사회가 해도, 현재의 국내 제도와 판례상 회사에 대한 직접적 손해만 없다면 일반주주의 비례적 이익 훼손에 대한 책임을 이사들에게 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기존에 존재하는 주요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것이 아니라, 자회사로 신설 법인을 만든 후 사람을 보내고 본사 지원 및 외부 투자 유치등을 통해 초기단계의 신규 사업을 성장시킨 후 상장시킨 것은 어떨까? 이건 괜찮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주주가치 관점에서 정답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초기단계에서 신사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그런 구조를 택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해당 사업이 원활히 성장을 해서 상장까지 한 이후에는 특별히 모회사의 사업적 이유로 일부 지분을 유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주들에게 해당 자회사 주식의 전부를 현물배당 등을 통해서 돌려주거나 혹은 매각하여 현금을 주주환원해야 한다. 해당 신사업 설립과 성장 지원을 위해 사용한 회사의 자원도 결국은 모회사 주주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물적분할 후 상장을 완료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될까? 이것도 순수하게 주주가치 관점에서는, 모회사의 주요사업과 관련된 이유로 지분을 유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상장된 자회사들의 지분을 현물 배당을 통해 모회사 주주들에게 분배하거나, 매각하여 현금을 주주환원하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금을 제외하고는 인적분할 혹은 사업부 매각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 만약 모회사의 주요사업상 사업적,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업부나 회사여서 현물배당이나 매각이 어렵고 경영권 지분을 계속 보유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분할 상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모회사와 자회사 주주 간 이해관계 상충의 문제다. 자회사가 별도 상장이 되고 나면 모회사와 주주구성이 달라진다. 이때 자회사와 모회사 간에 계열사 간 사업적 거래가 있는 경우, 특히 분명한 시가가 없는 형태의 거래인 경우, 항상 두 회사 중 한쪽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해지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슈는 구조적인 것으로, 다른 보완조치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구글은 왜 모회사인 알파벳만 상장시켜놓고 유튜브를 포함한 다른 자회사들을 하나도 상장하지 않았을까. 메타는 왜 인스타그램을 별도로 상장하지 않을까. 위에서 논의한 여러가지 이유로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계열사간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장회사의 이사들은 제도와 판례상 대주주를 위해 일반주주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건들에 찬성하기가 어렵다. 주주이익 차원에서 더 나은 대안이 있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모회사 밑에 상장 자회사가 있고 그 밑에 또 다른 상장 자회사가 있는 소유구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오늘은 최근 몇 년간 많은 이슈가 되었던 쪼개기 상장 문제에 대해서 투자자의 입장에서 좀더 자세히 정리해보았다. 무너져있는 자본시장 신뢰 회복 및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이해관계 상충 상황들에 대해서 일반주주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조치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하고, 증권집단소송을 실효성 있도록 하며,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사들이 의사결정함에 있어 대주주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챙기도록 만들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 소송 등을 통해 당사자간에 자율적으로 구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한 제도의 도입이 어렵다면,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는 물적분할과 같은 안건에 대해서는 전체 주주가 아니라 일반주주의 과반수 동의(Majority of Minority)를 얻게 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제도의 변경이 없더라도 최근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 취소된 물적분할 케이스들에서와 같이 앞으로 대주주에게 이익이 되지만 일반주주의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건들에 대해서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회적 압력을 받게 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의사결정을 내렸다가 사후에 취소하는 것보다, 최초 결정시에 미리 이러한 부분까지 감안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기업의 평판 보호 등의 관점에서 훨씬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소위 "쪼개기 상장"이 일반주주의 권리와 주주가치 차원에서 어떤 이유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문제가 되는지 살펴본 오늘의 글이 참고가 되기 바란다.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