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레고랜드 건설을 위해 발행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채권시장이 마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투자자 신뢰가 붕괴해 채권 매물이 쏟아지지만 매수세가 실종돼 기업어음(CP)과 채권시장이 자금 조달 기능을 상실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의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해 줄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상위 신용등급인 A1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이날 연 4.1%에 마감했다. 전날 연 4.02%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 28일(연 4.09%) 후 처음으로 연 4%대를 넘어선 데 이어 이날도 급등세를 이어간 것이다.
PF 유동화증권 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흑석9구역 재개발 PF대출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 차환 금리는 한 달 전 연 3.34%였지만 전날 연 7%로 뛰었다. 상당수 PF 유동화증권은 차환이 안 돼 증권사가 떠안았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와 운용사가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채권 매각에 나서고 이는 다시 CP와 채권 금리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수세는 없고 채권 매물만 쌓이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수십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상환 요청이 급증해 증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금시장 마비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이날 1조6000억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본격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금시장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때 효과를 본 한국은행의 RP 매입 등 추가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주/이현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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