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날치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사실상 단독으로 의결했다. 여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에 모여 항의하는 사이 민주당 소속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이 표결을 위한 거수를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손을 들었고, 소 위원장은 “찬성 10인, 반대와 기권이 없으니 가결하겠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여당 의원들은 즉각 항의했다. 국민의힘 농해수위 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결국 민주당이 이재명 하명법이자 쌀 포퓰리즘법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며 “명백한 다수당의 횡포이자 법안소위·안건조정위·전체회의까지 세 번째 연속 날치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농해수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법안 통과 후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격리 의무화는 쌀값을 물가정책과 연동하려는 재정당국의 재량권 남용을 방지하고 농가 소득 보장, 쌀값 안정화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예상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가 수확기에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는 임의조항인 쌀 시장격리(정부 매입)를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오히려 쌀 공급 과잉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다른 작물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양곡관리법을 통과시키고 나면 다른 작물 가격이 하락할 경우 무·배추·마늘·생강법은 물론 우유·멸치법까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쌀 생산 면적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전략 작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호남 및 농촌 표심을 의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법안 통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농해수위 여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민주당의 인해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농해수위에서 처리된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처리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법사위가 첫 관문이다. 법사위원장을 여당 소속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는 만큼 이번처럼 야당의 단독 처리는 불가능하다.
다만 민주당이 법사위를 우회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가 60일 이내에 체계·자구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장이 국회의장에게 안건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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