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이 최대 4조원으로 거론되는 치과용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의 매각 본입찰에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칼라일-GS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디트 경영권을 보유한 국내 PEF 유니슨캐피탈과 매각자문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이날 시행한 본입찰에 KKR, 칼라일-GS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예비입찰을 통과한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 중 SK텔레콤과 CVC캐피탈은 참여를 포기했다. 블랙스톤의 경우 본입찰 참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거래 대상은 유니슨캐피탈과 창업자 장민호 씨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한 메디트 지분 100%다. 매각 측은 약 4조원의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은 칼라일과 KKR이 다시 맞붙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두 PEF는 2019년에도 메디트 인수를 추진했으나 가장 높은 가격을 베팅한 유니슨캐피탈에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는 두 PEF 모두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칼라일은 GS를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GS가 지난해 국내 1위 보톡스 회사인 휴젤 인수를 계기로 바이오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KKR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오랜만에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 KKR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및 인프라 분야에서는 공격적으로 투자해왔지만, PE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메디트 인수전엔 전사적으로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매각 성사까지 변수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다. 메디트의 러시아 사업 비중이 10%를 넘어 미국계 운용사인 두 회사가 메디트를 인수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메디트는 3차원(3D) 치과용 구강 스캐너 기술 기업이다. 200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인 장민호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창업했다. 유니슨캐피탈이 2019년 말 지분 50%+1주를 약 3200억원에 인수했다. 메디트는 유니슨캐피탈에 인수된 뒤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 영업 조직을 신설하고 해외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한 결과다. 주력 제품인 ‘i500’에 이어 지난해 신제품 ‘i700’을 내놨다. 메디트는 구강스캐너 시장에서 글로벌 3위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메디트의 매출은 유니슨캐피탈이 인수한 2019년 722억원에서 지난해 1906억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367억원에서 1039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업가치(EV) 또한 유니슨캐피탈 인수 당시 약 6400억원에서 현재 3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채연/차준호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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