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은 만큼만 일한다."
지난 15일 카카오 복구에 한창이던 주말 카카오 직원 A씨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무급이니 쿨하게 놀 거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해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세태가 2030 세대가 직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념이라고 분석한다.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란 퇴사하진 않지만, 이미 직장에 마음이 떠났기 때문에 최소한의 업무만 하려는 태도를 뜻하는 신조어다. 즉 월급에 비례해 해직당하지 않을 만큼만 일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단어는 지난 7월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20대 엔지니어 자이드 펠린이 숏폼 플랫폼 틱톡에 '조용한 사직'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하면서 유행처럼 번졌다. 당시 펠린은 "(조용한 사직은) 주어진 일 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만두는 것"이라며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은 약 400만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용한 사직'이라는 해시태그가 담긴 게시물들이 빠르게 퍼졌다.
지난해 12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329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딱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라는 설문조사에 10명 중 7명(70%)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한 사람들 중 20대가 78.1%, 30대가 77.1%로, 이는 40대(59.2%)보다 약 20% 높고, 50대(40.1%)보다 약 40% 높은 수치다. 이렇듯 MZ세대(1981~2010년생)에 해당되는 20대와 30대는 40대와 50대보다 '조용한 사직'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19 이후 도래한 예측 불가능한 현대 사회에 2030 세대들이 적응한 결과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요즘 젊은 세대들은 한 직장에 올인(All-in)하지 않는다. 예측하지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 그로 인한 실직, 부동산 침체 등의 사회 현상을 보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다"며 "이젠 어렵게 직장에 취업해도 조용히 이직을 생각하거나 다른 스펙을 쌓는다. 예전처럼 한 회사에 충성해서 임원진 자리를 노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곽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집 한 채 못 사는 사회를 보고 자랐다. 그러기에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에 투자를 안 하게 됐다"며 "현재 회사가 내 기대와 다르면 이직을 준비한다. 정보화 시대로 다른 대책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노력해도 임원진이 안될 것 같은 현 회사에는 잘 보이려 안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받은 만큼 일한다'는 식의 태도에 대해 곽 교수는 "이기적인 게 아니라 현명하고 실용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젊은 인재를 붙잡아두고 싶은 회사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곽 교수는 "상사는 젊은 세대들이 받은 만큼 일한다는 걸 먼저 인정해야 한다"며 "그들을 만족하게 하려면 외재적 보상인 '돈'과 내재적 보상인 '성취', '성장'을 보장 해야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김난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교수는 지난 5일 개최된 '트렌드 코리아 2023' 출간 간담회에서 내년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핵심어) 중 하나로 '조용한 사직'을 꼽았다. 그러면서 "회사가 조직 내에 인재를 잡기 위해서는 조직과 함께 개인도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게 핵심"이라며 "MZ 세대에게 보수나 복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성장해 나아갈 수 있는 회사다"고 조언한 바 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