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국 위주의 통신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6G 통신위성이 이르면 2026년 국내에서 처음 발사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1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6G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 사업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예비타당성 조사 계획을 공개했다.
사업안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31년까지 8년간 5737억원을 투입해 6G 통신위성 관련 본체와 탑재체, 지상국과 단말국을 개발한다. 2026년 시제기 성격의 6G 통신위성 1기를 1차 발사한 뒤, 2029년 3기를 2차로 발사한다. 본체 개발 자문은 KAIST, 탑재체 개발 자문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상국 및 단말국 개발 자문은 KT SAT이 맡았다.
1차 발사 통신위성은 ka 밴드 대역 피더링크(지상국→위성)·사용자 링크, 디지털 중계기 기술 등이 들어간다. 2차 발사 위성은 Ka 밴드보다 더 통신 효율이 좋은 Q/V 밴드 대역 피더링크를 탑재하고, 위성 간 통신링크 장치가 들어간다. 안테나는 1, 2차 위성 모두 위상배열 송신 안테나를 쓴다. △전력계 △열구조계 △원격검침계 △통신계 △자세제어계 △추진계 △비행소프트웨어계 등 주요 부품을 자체 개발한다. 개인 휴대폰 전송 속도는 10Mbps, 셋톱박스형은 300Mbps 구현이 목표다.
발사한 위성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선박, 도서지역 통신 등에 우선 적용해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설계된 성능대로 위성이 작동하면 현재 5G 통신망으론 100m에 안팎에 불과한 UAM 비행고도가 1km까지 약 10배 확대된다.
정부가 6G 통신위성 개발에 나선 것은 글로벌 통신 환경이 위성 위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부문(ITU-R)은 2026년까지 6G 저궤도 통신위성 요구사항을 표준화할 전망이다. 이동통신국제표준화기구(3GPP) 역시 늦어도 2027년 6G 기술 표준을 정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위성통신 인프라는 전무한 실정이다. 통신 기능이 있는 정지궤도복합위성(천리안)이 있지만 외국 기술 위주로 이뤄진 데다 통신 기능은 사실 조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는 기술 개발이 이뤄진 바가 없고 산업 기반도 없다. 변우진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방송전파위성PM은 "통신위성은 군사전략물자 규제 등으로 해외 기술 도입에 제약이 많다"며 "민군 기술 협력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 핵심 부품을 적극 국산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신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지상국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외국 기업들은 쉴새없이 통신위성을 쏘아올리며 글로벌 위성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달 초까지 총 3417개 통신위성(스타링크)을 쏘아올렸다. 스타링크 위성의 위력과 효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스페이스X는 2030년까지 총 1만2000개 스타링크 위성으로 전지구를 커버하는 통신망을 완성할 계획이다. 영국 원웹(2000개), 아마존(3236개), 텔레셋(1600개) 등도 저마다 통신 위성을 수천 개 발사해 자체 통신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1년 전만 해도 위성을 몇 백개 발사해 6G 통신 위성망을 굳이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겪으며 이제는 강한 확신이 생겼다"며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6G 통신 시대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는데 많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국내 기업들이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엔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등 국내 대표 우주기업 임원들과 퀄컴 등 글로벌 통신 기업 관계자, 방위사업청 등 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업계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6G 통신위성 기술개발 사업 계획을 보완한 뒤 예비타당성 조사에 연말 착수할 계획이다.
이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