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전수 평가가 부활한 거죠.” “선택이니까 할 만한 거 아닌가요?”
정부가 코로나19로 저하된 학생들의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한다며 학업성취도 진단부터 다시 하겠다고 나서자 학부모 커뮤니티에 불이 붙었다. 찬반 양론이 격돌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갈수록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평가’만으로 기초학력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게 비판론의 핵심이다.
평가와 진단은 교육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진단한다고 해서 저절로 학생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기초학력 대책은 ‘평가’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새로 도입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평가를 신청한 학교의 초6·중3·고2 학생은 모두 컴퓨터를 이용해 시험을 치러야 한다. 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가려내는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도 적용 대상을 고2까지 확대한다. 모두가 평가 얘기다.
하지만 평가 이후 교육에 대한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부할 자료를 추가로 주겠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인데, 자료만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해 학력 미달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교육부가 내놓은 ‘늘품이’는 기초학력 진단검사에서 틀린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 공부할 수 있는 자료다.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자료일 뿐, 결국 이 자료를 활용해 학생을 지도하는 건 교사의 몫이다.
현장 교사들은 줄어드는 인력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맨투맨 케어’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호소한다. 정규 수업과 행정 업무, 학생 생활지도를 모두 수행하고 나서야 학습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방과후에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과후에 학교를 떠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 책상에 앉히는 것부터가 일이다. 교육부도 지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의식해 이번 계획에서 ‘1수업 2교사제’를 언급했다. 하지만 뚜렷한 시행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정식 교사 외에 교·사대생, 자원봉사자 등 보조 인력을 활용한다는데, 이들이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평가는 출발점일 뿐이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 전부터 이미 전국 96% 학교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으로 학생을 평가해왔는데도 학습 결손은 피하지 못했다. 평가가 만능키는 아니라는 의미다. 코로나 기간에 불가능했던 교사의 세심한 지도가 가능한 환경을 적극 구축하는 게 정부의 다음 스텝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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