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들에게 상품 대금을 받고 물건을 배송하지 않는 수법으로 '먹튀' 논란을 빚은 명품 구매대행 쇼핑몰 사크라스트라다를 폐쇄했다.
공정위는 사크라스트라다가 판매를 모두 중지하도록 임시중지명령을 부과했으며 지난 14일 호스팅 사업자 등의 협조를 얻어 해당 쇼핑몰을 폐쇄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5월 11일 개업한 사크라스트라다는 명품 가방·신발·지갑·의류 등 2만3000여종을 15∼35%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꾸며 소비자들에게 상품 대금을 받아 챙겼으나, 지금까지 소비자에게 전혀 물건을 배송하지 않았다. 소비자 피해 금액은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 해도 최소 7억5000만원(601건)에 이른다. 한 사람이 약 600만원의 구매 대금을 날리기도 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이 업체는 애초에 사무실이나 상주 직원도 없는 '유령 사업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모두 정품이고 소비자에 14일 이내에 배송된다고 안내했으나, 실제로 게시된 상품들은 사실상 소비자에게 공급될 수 없는 상품이었다.
전영재 공정위 전자거래과장은 "사크라스트라다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를 전혀 수행할 수 없는 실체조차 없는 사업자였다"며 "상품이 소비자에 제대로 배송된 사례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국내로 반입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려면 상품 통관과 국내 배송, 민원 처리 업무를 수행할 사업장과 임직원 등이 필요한데 사크라스트라다는 사업장이나 상주 임직원이 아예 없었다. 쇼핑몰에 표시된 대표 번호로 전화하면 국제 전화로 연결됐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이탈리아에 상주하면서 상품을 조달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홍콩에 있었다.
업체 측은 소비자가 "상품이 어떻게 이렇게 저렴하냐"고 문의하자 "사이트 오픈 기념으로 한정 기간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천연덕스럽게 답변했다. 민원이 급증해 쇼핑몰 카드 결제가 차단되자 계좌이체나 무통장 입금을 유도하기도 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사업자가 기만적 방법을 이용해 소비자를 유인한 것이 명백하고, 소비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으며, 다수의 소비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확산할 우려가 있을 때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공정위가 임시중지명령을 발동한 것은 2016년 9월 제도 도입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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