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경제위기 타개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마련한 일련의 감세안이 거대 야당의 벽에 가로막혀 논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련 법 개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정부 발표를 믿고 움직여온 국내외 민간 부문 혼선도 커지고 있다.
새 정부 감세안은 법인세를 25%에서 3%포인트 내리는 것을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완화, 기업상속 공제 확대 등 10여 개 세목에 걸쳐 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정부가 2025년부터 도입한다고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반대하면 내년부터 시행하게 돼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해외 자회사 배당금의 95%를 국내에선 비과세하겠다는 것은 이중과세 해소책이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외화 유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벌 대주주의 조세부담 경감’이라는 이른바 ‘부자 감세’ 프레임에서 모두 반대하고 있다. 종부세 경감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올해 두 차례 선거에서 민주당도 공약한 감세안이었는데 반대로 돌아섰다.
특정 세목 감세의 단기 효과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도 존재하지만, 보편적으로 감세가 경기 진작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 된다는 것은 국내외의 검증된 평가요 이론이다. 더구나 자본 유출을 막으며 해외 자본까지 국내로 유치하고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인다는 차원의 감세 공약은 선거를 통해 수렴된 민의라고 할 수 있다. 재정 긴축과 더불어 윤석열 정부의 사실상 첫 거시정책이 출범 5개월 만에 벽에 부딪힌 꼴이다.
야당은 부자 감세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부 감세안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우선순위라도 두면서 여야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소비·투자·고용 다 얼어붙는 상황에서 급등하는 환율을 보면 달러 부족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재정적자에 무역적자까지 급격히 커지면서 ‘쌍둥이 적자’가 가시화하는 복합위기에 유연한 세제는 필요한 정책적 수단이다. 야당이 위기 조기 극복에 의지가 있다면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들을 이유가 없다. 정부와 여당도 야당을 상대로 더 치밀한 설득·협상전략을 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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