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과감히 밀어붙인 신동빈 회장
김 부회장은 이번 인수 과정에서 중국·미국·인도 등 외국 기업과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이 화학계열사를 통해 보유한 소재사업과의 연계가 경쟁력으로 부각되며 결국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설명이다.김 부회장은 인수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과 자본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인한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인수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설명이다. 신 회장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관련 보고 자리에서 배터리 소재의 국산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동박업체를 외국 기업이 인수할 경우 배터리 소재 공급망이 흔들려 국가 경제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김 부회장은 전했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열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시대 변화를 읽고 미래지향적인 경영을 통해 신규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는 데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공급계약 끝나…현금 창출 자신”
김 부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고가 인수 논란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다. 2조7000억원을 들여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사들인 이번 계약에서 주당 가치는 10만9852원이다. 계약 전일 종가(5만4000원) 대비 두 배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100%에 달한다.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이 20~30%가량 붙는다는 점에 비춰 ‘오버 페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김 부회장은 “인수 협상이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가량 진행되는데, 순간 변화하는 주가만으로 기업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며 “향후 7~8년가량의 현금 흐름을 예측한 뒤 적정 가격에 인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권 프리미엄과 관련해선 “협상 막바지에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얼핏 보기에는 높아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에 추가 자금을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 공장 증설 작업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 공급계약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현금 창출 능력도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소재’에만 올인
롯데케미칼은 앞으로도 배터리 자체가 아니라 ‘소재’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래야만 고객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일진머티리얼즈를 만약 배터리 제조업체가 인수했다면 삼성SDI 등 기존 고객사들이 신제품 생산계획 등 내부 정보가 경쟁사에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롯데케미칼의 최종 목표는 배터리 밸류체인을 모두 확보한 종합 전지소재회사다. 지금도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등 계열사들은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에 직·간접적으로 투자·생산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추가 인수합병(M&A) 및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