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를 깜짝 방문했다. 최근 공개한 차세대 메타버스 헤드셋을 개선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손을 내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지난 13일 비공개 일정으로 삼성리서치아메리카를 찾았다. 삼성전자의 연례 개발자 회의인 SDC(삼성개발자콘퍼런스) 참석차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를 방문한 노태문 MX사업부 사장과 한종희 DX(기기경험) 부문장 등 삼성의 고위 임원진을 만나 협업을 제안했다. 삼성전자가 SDC에서 원UI(사용자환경)5 등을 공개한 바로 다음 날이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은 SDC 폐막 이후 곧바로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삼성리서치아메리카를 방문했다. 저커버그 CEO와의 면담을 챙기고, 미래 혁신 트렌드와 미래 기술 방향 등을 토론하기 위해 일정을 연장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이들과 만난 저커버그 CEO는 최근 공개한 메타버스 헤드셋을 선보이는 한편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DC 개막 하루 전인 11일 메타는 ‘메타 커넥트 2022’를 열고 차세대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를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개발자들에게 공개했다. 기존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2’보다 진일보된 성능을 장착한 메타 퀘스트 프로는 현실 세계에 VR을 결합한 혼합현실(MR)까지도 구현할 수 있는 장비다.
회사 이름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꿀 정도로 메타버스에 ‘올인’한 메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신제품이지만, 여러 단점이 지적됐다. 가격이 1499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 대중화가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완전히 충전해도 1시간밖에 쓸 수 없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목됐다. 신제품을 발표했던 지난 11일 메타의 주가는 4%가량 하락했다. 신제품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저커버그 CEO의 고심 끝에 집어 든 반전 카드는 ‘개방형 생태계’다. 제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삼성전자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저커버그 CEO는 11일 메타 커넥트에서 “컴퓨팅 역사에서 개방형 생태계와 폐쇄형 생태계는 서로 경쟁을 벌여왔다”며 “우리의 역할은 차세대 인터넷 시장에서 개방형 생태계가 승리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의 협업이 메타가 고를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은 업계 1위지만 구글과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VR과 AR 기기를 개발하고 있어 언제든 시장 주도권을 내줄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선택을 놓고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른 빅테크로부터도 ‘러브콜’을 받는 삼성전자가 메타를 적극적으로 지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기기와 솔루션, 콘텐츠 등을 아우르는 VR·AR 시장은 지난해 307억달러(약 44조2847억원)에서 2024년 2969억달러(약 428조2782억원)로 급증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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