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여야 합의로 출범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석 달 만에 첫 회의를 열고 본격 가동에 나선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연금특위 소속 의원들은 국정감사 직후인 오는 25일께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여당에서 연금개혁 초안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개혁 방향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어 국회 논의가 시작되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초안은 마련…첫 회의 논의 중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에 “국감이 끝나는 25일 특위 첫 회의를 열자고 야당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야당 간사인 김성주 민주당 의원도 제안을 받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연금특위는 지난 7월 22일 여야 합의로 마련됐지만 개점휴업 상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연금특위위원장을 겸하고 있지만 여당 내홍으로 어수선한 데다, 국감까지 겹치며 첫 회의조차 열리지 못했다.
출범 석 달 만에 열리는 회의에서는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 구성과 국민통합위원회(가칭) 신설 등이 우선 논의될 전망이다. 민간자문위는 국회 후반기 원구성 합의문에도 명시된 내용이지만, 구체적인 역할이나 누가 참여할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강 의원은 “자문위에 더해 통합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직역을 떠나 계층별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국민 의견 통합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자문위와 통합위에서 각각 안을 만들어오면 특위가 심의하는 방식 등도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정부에서 밑그림을 그린 연금개혁 초안은 이미 마련됐다. 지난달 29일 열린 비공개 보건복지부 당·정 정책협의회에서 복지부는 이 초안을 여당 의원들에게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내년 3월까지 재정계산을 마무리하고, 10월까지 국민연금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與野, 개혁 방향 놓고 논쟁 불가피
정부는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의 국민연금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같은 국민연금 수급 구조가 이어지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을 손보는 ‘모수개혁’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도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의 연금개혁을 고민해본 적 있나”는 김성주 의원의 질의에 “정부로서도 ‘더 내고 더 받는’ 방법이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냐’는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더 내고 더 받는’ 개혁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재정 안정에만 초점을 맞춘 모수개혁으로는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구조개혁을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캐나다 연금개혁 사례를 대안으로 들기도 했다. 그는 “캐나다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25%에서 33%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9.9%에서 11.9%로 올리는 개혁을 실시했다”며 “사적 연금 활성화로는 노후 빈곤율이 늘어나는 문제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선 야당이 연금개혁에 총대를 메고 나서기 애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금특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솔직히 문재인 정부 때 연금개혁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핸디캡이 있다”며 “야당이 된 입장에서 이제와 나서는 게 약간 꼴사나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