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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아내 명품 사러 갔다가…" 자지러진 새신랑 결국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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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때문에) 요즘 미국인들도 본국에서 명품 안 사요. (관세 등) 이것저것 생각하면 오히려 한국이 더 싸지 않나요?”

최근 찾은 하와이의 한 명품 주얼리 매장 직원은 이같이 말했습니다. ‘킹달러’ 여파에 명품족들이 국내 매장으로 ‘유턴’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달러 제품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명품은 국내에서 사는 게 더 저렴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서입니다. 국내 샤넬 매장의 대기 줄이 다시 길어지고 있는 게 그 방증입니다. 반클리프 아펠·롤렉스·불가리 등 초고가 주얼리나 시계 브랜드의 구매 수요도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14일 기준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28.5원에 마감했습니다. 8월 평균 1318.44원에서 지난달엔 평균 1391.59원으로 5.5% 올랐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달러화 강세의 여파로 환율은 지난달 말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을 돌파했죠. 이달 들어서는 1440원까지 고점을 높였습니다.


국내 샤넬 매장에서는 다시 오픈런 행렬이 생겨났습니다. 평일 오전 기준 4~5시간 대기를 해야 매장에 발이라도 들여놓을 수 있습니다. 명품 주얼리 제품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수천만~수억원대에 달하는 고가 하이엔드 주얼리 반클리프 아펠 매장엔 평일에도 6~7시간 정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습니다.

지난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며 재고가 많은 해외 매장에서 명품을 사려던 여행객들은 고환율 쇼크를 체감했습니다. 지난달 하와이에 신혼여행을 간 김모 씨(36)는 여행 기념으로 아내에게 명품 몇 개를 사주려다 포기했습니다. 박 씨는 “미리 봐둔 불가리 귀걸이, 리모와 캐리어 제품 등이 있었는데 환율과 관세 등을 따져보니 국내보다 몇십만원 비싸더라”며 “결국 국내에 들어와서 구매했다”고 했습니다.

면세품 구매를 고민하던 여행객들도 고민에 빠졌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되면서 달러 기준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면세점에선 소비자 구매심리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통상 면세점은 세금 감면 혜택이 있지만 최근에는 환율 상승분이 세금 감소분을 넘어선 겁니다. 일부 제품이 백화점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강달러 현상이 계속되자 리셀러(재판매업자)가 해외 플랫폼을 찾는 ‘역(逆)현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환차익으로 국내 거래보다 더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실제 국내 리셀시장에서 2000만원 정도에 거래되는 ‘롤렉스 데이데이트 18238’은 최근 이베이에서 2400만원대(1만7500달러)에 거래됐습니다. 플랫폼만 바꿔 팔면 무려 400만원을 남길 수 있는 셈입니다.

판매대금을 달러로 받은 뒤 원화 환전까지 고려하면 실질적 이익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이때문에 이커머스 업체인 이베이의 올 상반기 한국의 국가 간 거래에서 중고 명품 시계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도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명품업체들이 많아 강달러에 따른 유턴 수요가 계속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명품 인플레이션’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달러 강세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유로화와 달러화의 등가(패리티·1유로=1달러)가 깨졌습니다. 유럽 정세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유로화 약세도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국내 가격 증가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운송비·물류비 증가와 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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