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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쳐다도 안본다"…불안한 개미들 '대탈출' 시작? [박병준의 기승쩐주(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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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참 안 풀리네"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10월 크래프톤에 투자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유저인 그는 크래프톤의 성장성을 믿고 모아둔 종잣돈을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투자 초기에는 나쁘지 않았어요. 매수한 지 한 달 만에 10만원이 올랐으니까요. 제 촉이 좋다고 생각했죠."

그의 촉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A씨의 말대로 크래프톤은 증시 입성 3개월 만인 작년 11월 17일 공모가 대비 15% 오르며 58만원을 '터치'했습니다. 이 가격이 '마지막 불꽃'이라는 걸 그는 알지 못했죠. 크래프톤 주가는 수직낙하 하듯 떨어지며 상장 1년 만에 '반토막' 났는데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지난 13일 1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A씨의 투자 손실률은 40%대로 불어났습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진다"는 그는 게임주 투자를 접을 생각이라고 합니다.
"한국 대표 게임주가 잡코인보다 못하다니"
A씨 같은 크래프톤 투자자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주에 투자한 개미들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이 본격화됨에 따라 게임업종 전체가 타격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수익률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13일 종가 기준 위메이드(-79%), 펄어비스(-72%), 넷마블(-66%), 카카오게임즈(-63%), 컴투스(-57%), 엔씨소프트(-52%) 등 대부분의 종목이 폭락했습니다. "한국 대표 게임사들 주가 하락률이 잡코인 못지않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입니다.

성장주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기업의 미래 가치가 작아지기 때문에 성장주의 투자 매력이 떨어집니다. 성장주의 대표 주자인 게임주가 금리인상에 취약한 까닭입니다. '신작 효과'가 사라졌다는 점도 주가를 발목 잡은 원인 중 하나입니다. 지난 8월 넥슨게임즈가 '히트2'를 내놓은 날 주가는 되레 급락했는데요. 이용자들이 '히트2'에 대해 혹평을 쏟아낸 여파로 풀이됩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신작 '우마무스메'가 흥행하며 오름세를 탔지만 미숙한 게임 운영으로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면서 하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핵심 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쪼개기 상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죠.
"게임주 '로그아웃' 하기엔 이르다" vs "대탈출 해야"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던 게임주가 모처럼 웃은 건 지난 14일이었습니다. 위메이드(11.60%)를 비롯해 카카오게임즈(9.44%), 웹젠(9.74%), 넥슨게임즈(9.02%), 엠게임(8.10%) 등이 일제히 올랐습니다. 게임 규제당국의 P2E(Play To Earn) 게임 허용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이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P2E 게임은 말 그대로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입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문제가 됐던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상장을 철회한 게 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전날 국정감사에서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장이 P2E 게임 허용에 관한 질문을 받자 “저도 (허용)해 주고 싶다”고 밝혔는데요. 정부가 최근까지 P2E 게임에 대해 "신기술과 사행성이라는 양면성이 있는 만큼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라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음 달에는 게임인들의 축제인 '지스타'도 열립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신작을 대거 선보이며 '부활의 신호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상승 모멘텀인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등 게임산업을 둘러싼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주요 게임주는 '반짝 상승'만으로 회복됐다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입니다. 개미들은 "이번엔 안 속는다"며 "빨리 파는 사람이 승자"라고 말합니다.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게임업종 투자에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주요 게임사들의 3분기 실적이 전분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4분기부터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게임사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규익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MMORPG 게임이 부진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면서도 "콘솔 게임 개발과 글로벌 성공 경험이 있는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는 게임사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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