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걸 엄청 많이 먹었어요.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꾸역꾸역 먹었죠. 먹고 토하는 식이었어요."최근 그룹 이달의소녀 멤버 츄는 예능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스트레스가 극심하던 때 매운 음식을 잔뜩 먹으며 잠깐의 행복을 찾았다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를 들은 오은영 박사는 "매운 음식은 위가 아프면서 잠깐 스트레스를 잊게 하는 거라 자해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츄는 "음식이 목까지 찰 정도로 먹으면 소화제를 또 그만큼 많이 먹어야 했다"면서 "속이 울렁거려서 토를 한 적도 있다. 또 다이어트 약을 먹을 때도 있었는데 갑자기 기분이 다운돼 (약을) 끊었었다"고 고백했다.
주변에서 스트레스를 먹는 거로 푼다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먹는 즐거움을 넘어 ▲2시간 이내 일반인들이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명백히 많은 양을 먹으며, ▲섭취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체중 증가를 막기 위한 과도한 집착 증상까지 나타나면 '신경성 폭식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인간은 사회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실제 굶주린 게 아니지만 배가 고픈 '심리적 허기'를 느낄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할 다른 수단을 찾지 못하고 먹는 거로 때우는 상황이 반복, 지속되면 신경성 폭식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신경성 폭식증이 있는 경우, 자신의 체중과 체형에 대한 과도한 걱정을 갖고 집착해 심한 죄책감이나 허무함,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체중이 느는 것을 막고자 자발적인 구토나 약물 사용 등 보상 행동이 이뤄지기도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과식과 구토를 반복하는 신경성 폭식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만64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2010명이었던 환자 수는 2020년 2444명으로 21.6%나 증가했다. 환자 중에는 20대 여성이 44.1%(4696명)로 가장 많았다.
신경성 폭식증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환자 본인이 자신의 증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기 때문에 가족 등 주변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치료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음식과 체중에 대한 생각을 개선하는 심리상담을 진행하거나 식욕 억제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