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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찬반토론] 서울시에 '한강공원 금주구역' 조례 제정 요구,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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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은 서울의 명소다. 하지만 몰려든 시민으로 몸살을 앓기도 한다. 과도한 음주 문화도 논쟁점이 되고 있다. 간식 수준을 벗어난 음식까지 곁들인 한강변의 음주가 나들이 나온 다른 시민을 불편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한강공원을 음주 금지지역으로 정해 모두가 쾌적한 분위기를 즐기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시가 규제할 법적 근거가 있기는 하다. 반면 가뜩이나 정부의 규제 법이 범람하는 판에 서울시의 지방자치단체 규제행정까지 계속 용인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성숙한 시민이 자율적으로 할 행태에 왜 행정이라는 이름 아래 공권력을 개입시키느냐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선량한 관리 의무와 자유 시민의 기본권이 맞부딪친다. 서울시의 행정 감독을 불러들이려는 한강공원의 금주 조례 제정 요구는 사리에 맞나.
[찬성] 불꽃쇼 쓰레기더미에 음주 사고까지…쾌적·안전한 공원 유지는 행정기관 의무
지난 8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세계불꽃축제는 서울의 야경을 한껏 빛나게 한 멋진 행사였다. 하지만 진면목은 그 다음날 나타났다. 무리 지어 앉았던 시민들의 자리는 온갖 쓰레기로 산을 이룰 지경이었다. 주최 기업과 서울시 미화원 2000명이 동원돼 수거한 쓰레기만 50t에 달했다고 한다. 행사 당일 밤 인근의 서울 간선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 되기도 했다. 불꽃놀이를 자기 편한 데서 보겠다고 자동차 전용도로에 아예 세워버린 자동차 때문이었다.

한강공원에서의 음주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과도한 음주로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2021년 4월 반포지구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대학생이 결국 숨진 채 발견돼 사회적 관심사가 됐던 것도 음주와 관련이 깊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가 조례로 음주 금지지역을 시내에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이 지자체에 조례 제정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서울시 의회가 조례를 만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금주의 구체적 장소와 시간 등은 서울시 고시로 구체화된다. 서울시가 공공청사, 어린이집, 청소년 보호시설, 도시 공원, (한강공원을 포함하는) 하천 등을 대상으로 금주구역 선포를 준비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하지만 여론만 청취할 뿐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강원 횡성군, 경기 고양시, 충북 충주시 등지에서는 이미 금주 조례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 산하 자치구 가운데서도 구 차원의 조례로 금주구역 설정 근거를 마련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모든 시민 각자가 제대로 가지는 게 물론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런 수준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행정기관이 선의의 관리자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의 공원을 만들고 육성하는 것은 행정기관의 기본 책무다. 주어진 권한을 왜 행사하지 않나.
[반대] 효과도 없는 '전근대 규제'…시민 향한 행정 간섭 최소화해야
시민에 대한 행정 간섭은 최소화하는 게 맞다. 안 그래도 한국에는 온갖 규제 법에 갑질의 간섭 행정으로 시민들 숨이 막힐 지경이다. 국가는 세금과 국방 등의 의무 관리에 집중하고, 지자체도 시민의 자율권을 육성하는 서비스 제공으로 발전해야 한다. 당장 쓰레기가 좀 생겼다고, 수백만 명 이용자 가운데 음주 사고가 발생했다고, 덜컥 규제부터 하자는 인식 자체가 전근대적이고 굴종적이다.

행정으로 간섭·감독하고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바로 좋은 효과가 난다는 보장도 없다. 쓰레기가 많다면 쓰레기통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게 기본 행정이어야 한다. 술 판매에서는 성인 확인을 정확하게 하면서 계몽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보완 방법이다. 감독과 규제 일변도의 행정은 오히려 법 위반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경계심이 앞서야 한다. 프랑스 파리 등을 비롯해 서구에서는 담배꽁초를 거리에 버리는 것에도 상당히 관대하다. 그 정도는 용인하는 것이다. 껌이나 담배꽁초 버리는 정도를 아예 죄악시하는 싱가포르와 프랑스 가운데 어디가 국제적으로 선진국 대우를 받고 있나.

자유는 기본권이다. 그 기본권은 보호되는 것이 현대 민주 국가의 큰 방향이다. 쓰레기 발생 정도나, 꼭 음주 때문이라는 명확한 원인 규명도 없는 사고 발생을 이유로 시민 행동에 제약을 가하자는 발상 자체가 국가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접근법이다. 물론 시민 스스로 크든 작든 자기 행동에 책임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자면 강제 규정보다는 교양교육, 실천적 솔선수범의 사회적 가르침이 중요하다. 스스로 책임지는 자율 시민으로의 길은 멀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옳은 방향이다. 법과 규정 만능주의를 오히려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설령 국회가 ‘법만능주의’ 관점에서 근거 법을 덜컥 만들어도 금주 지정 조례에 매우 신중한 서울시의 접근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
√ 생각하기 - 市 '선량한 관리 책무' - 시민 '기본 자유권' 충돌…英 같은 불문법 사회 봐야
‘한강 금주 조례’는 서울시와 시의회에 달린 여러 행정 안건 중 눈의 잘 띄지도 않는 사항이다. 특별히 중요하다거나 논쟁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내막을 보면 시민의 기본권에 관한 문제다. 공중도덕과 공동생활에서 에티켓은 선진사회에서도 종종 강제규정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진짜 선진사회가 되려면 이런 정도는 개인의 양식에 따르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불문법 전통의 국가가 나름 선진사회를 이룬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다만 이렇게 가는 데는 비용과 대가가 필요하다는 점도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쓰레기통을 더 비치하고, 한강공원 내 편의점 등에서 고(高)알콜 주류 판매에 제한을 두는 것도 대안이 된다. 눈앞의 현상이 불편하고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그때마다 강제 금지 규정을 남발하다가는 종래에는 무서운 감시사회가 된다는 사실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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