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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요제프 1세에게 선물한 갑옷·투구…130년 만에 한국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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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중앙에 자리잡은 오스트리아는 비행기로 11시간 넘게 가야 할 만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한국과는 인연이 꽤 깊은 나라다.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관계는 1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만남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은 동아시아에 구축할 새로운 거점 가운데 하나로 한국을 점찍고 대형 이양선을 끌고 조선을 찾았다. 당시 조선은 청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892년 조선과 오스트리아가 수호통상조약을 맺게 된 배경이다. 조·오 수호통상조약은 최혜국 대우, 치외법권 인정 등이 포함된 불평등 조약이었다.

오스트리아의 압박에 따른 불평등 조약이긴 했지만 고종은 수교를 기념하기 위해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에게 조선의 갑옷과 투구를 선물로 보냈다. 갑옷과 투구에는 비와 구름을 의미하는 용이 그려져 있다. 농경사회에서 풍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갑옷과 투구는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수집품으로 등록돼 빈미술사박물관에 보관됐다. 130년 전 고종이 우정의 표시로 보낸 조선의 갑옷과 투구(사진)가 한국을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교 후에도 조선과 오스트리아는 활발히 교류를 이어갔다. 1897년엔 수교 5주년을 맞아 빈궁정 오페라극장에서 조선 왕자와 양갓집 규수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발레극 ‘코레아의 신부’가 초연됐다. 하인리히 레겔이 쓴 극본에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제프 바이어가 음악을 더하고, 빈궁정발레단 수석무용수 요제프 하스라이터가 춤을 짠 작품이다.

청일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공연은 당시 발레극으로는 이례적으로 그해 시즌 최고 레퍼토리로 선정돼 5년간 장기 공연됐다. 지난 5월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코레아의 신부’ 전곡을 되살려 공연하기도 했다.

1905년 을사늑약과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뜸하던 두 나라가 다시 가까워진 건 1963년 대한민국과 오스트리아가 수교하면서다. 1966년 오스트리아에 한국대사관이, 1985년엔 주한 오스트리아대사관이 세워졌다.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이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더 가까워졌다. 수교 130주년을 한 해 앞둔 지난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를 만나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오스트리아가 다른 나라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건 스위스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우정은 ‘문화예술 교류’로 한층 돈독해지고 있다. 180년 전통의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종종 한국을 찾아 공연을 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번에도 두 나라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빈필은 다음달 3~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연다. 오스트리아 출신 최고 거장으로 꼽히는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지휘봉을 잡는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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