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실물·외환·금융위기가 동시에 올 수도 있는 총체적 복합위기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출 증가율 급감, 소비 투자 증가율 빈사 상태 지속으로 성장률은 연속 전기 대비 0%대를 지속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경제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모건스탠리 블룸버그 등은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9월 한 달 새 한국은행의 196억달러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달러당 1430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감소, 외채 급증으로 외환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18.6%까지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1869조원에 이르고 그중 주택담보대출이 1001조원이다.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어 금융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총체적인 복합위기의 늪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르면 연말연시에 위기의 트리거가 점화하면서 내년 상반기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위기를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비할 것인가다. 두 트리거가 위험해 보인다. 첫째는 올해 누적적자 327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무역수지다. 8월 경상수지도 30억달러 적자로 추락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여행 제한이 풀리면서 여행수지 적자 확대로 경상수지 적자가 커질 전망이다. 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려 외자 유출을 확대할 우려가 크다. 둘째가 한·미 간 금리 역전 지속에 따른 외자 유출과 환율 상승이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대까지 상승하면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자 유출과 환율 상승으로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 정도면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시 자이언트스텝 금리 인상을 하는 무렵에 이런 상황이 될 우려가 크다.
무역수지 적자 방어와 외자 유출 방지가 연말연시 한국 경제의 최대 과제다. 무역수지 적자 확대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통상 연간 1000억달러 수준에서 1500억달러로 늘어난 반면 대중 수출 등 수출은 둔화한 게 주요 요인이다. 원전 이용 확대로 에너지 수입 수요를 줄이고 ‘에너지 10% 범국민 절약운동’도 추진해볼 만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법 등 한국 수출 저해 법안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등 선제적 통상정책을 추진하고, 인도네시아 중동 등 에너지 수출국에 대한 수출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반도체특별법 조속 통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정상화를 추진하고 법인세 인하, 규제·노동개혁 등 수출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넉넉지 못한 한은 외환보유액만으로 환율을 방어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투자공사(KIC)는 205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지금은 비상 상황이므로 넓은 의미의 국가 외환보유액 운용 차원에서 비상시 가용 외환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운용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700억달러 수준인 기업 해외 보유 외화가 국내에 반입될 수 있도록 세제를 조속히 개선할 필요도 있다. 외화건전성 규제를 외자 유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변동성이 큰 자유변동 환율제도가 소규모 개방 비(非)기축통화국인 한국에 적합한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다각적인 노력을 하면서 달러 기준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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