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2일 16: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팩 공모가 2000원'이라는 관행을 깬 첫 1만원짜리 스팩 하나금융스팩25호가 일반청약에서 부진했다. 올해 공모를 진행한 스팩 중에서 가장 낮은 일반청약 경쟁률에 그쳤다. 다른 스팩과 달리 공모가액이 1만원으로 높았다는 점과 향후 스팩합병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NH스팩24호·한국스팩11호 흥행 성공 '대비'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스팩25호의 일반청약 최종 경쟁률은 약 18.3대 1로 집계됐다. 주관사인 하나증권에 약 6000건의 주문이 들어왔다. 청약 증거금은 약 1830억원이 모였다.
일반청약 첫날인 11일 경쟁률이 0.4대 1에 그친 데 이어 둘째 날 오후까지도 경쟁률 10대 1을 간신히 넘는 수준에 머물렀다. 청약 마감 시간인 4시를 앞두고 대거 주문이 들어오면서 경쟁률이 그나마 높아졌다.
하지만 해당 경쟁률은 올해 공모 절차를 진행한 스팩 32개 중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전에는 유안타스팩10호가 51.2대 1로 가장 낮았다.
하나금융스팩25호와 같은 날 일반청약을 진행한 NH스팩24호, 한국스팩11호와 비교해도 경쟁률이 크게 낮았다. NH스팩24호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약 193대 1, 한국스팩11호의 경쟁률은 약 140대 1로 각각 집계됐다. 청약증거금으로 NH스팩24호에 약 4200억원, 한국스팩11호에 3500억원이 각각 모였다.
하나금융스팩25호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832대 1을 확보하며 준수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공모가액이 1만원이라는 점이 흥행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10년 넘게 스팩의 공모가액은 항상 2000원이었다.
하나금융스팩25호의 공모주식 수는 400만주로 공모가액은 1만원이다. 스팩 소멸 합병 방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모가액과 액면가를 나란히 5배로 높인 결과다. 단주는 1주 미만의 주식을 말하는데 스팩 합병 과정에서 1주 미만의 주식은 현금으로 주주에게 돌려줘야 해 과도한 현금 유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일반투자자가 느끼기에는 다른 스팩과 비교해 비싼 스팩 공모주로 받아들여졌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스팩25호가 공모자금 400억원을 포함해 자본금 규모가 470억원에 달하는 중대형 스팩이라는 점도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혔다. 국내 증시에서 400억원이 넘는 스팩이 합병에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하나금융스팩25호의 공모 흥행 여부는 주관사인 하나증권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도 관심을 가졌던 포인트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가액을 1만원으로 높이면 향후 스팩 합병 과정에서 작업이 수월해질 수 있다”며 “다만 시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인 만큼 하나금융스팩25호에 이어 삼성스팩7호까지 추이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스팩25호에 이어 공모가액을 1만원으로 책정한 삼성스팩7호는 이날 기관 수요예측을 시작했다.
◆공모주 5개 동시 청약에 투자자 분산
한편 이날 청약을 진행한 일반 IPO 기업의 성적은 저조했다. 청약 둘째 날을 끝낸 인공지능 영상분석 기업 핀텔의 최종 경쟁률은 6.4대 1로 집계됐다. 5861건의 주문이 들어와 청약증거금은 약 143억원이 모이는 데 그쳤다. 핀텔은 오는 20일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날 청약을 시작한 의료장비 케어 솔루션 기업 플라즈맵의 첫날 경쟁률은 0.9대 1이었다. 청약증거금으로 14억원이 모였다. 플라즈맵은 13일까지 일반 청약을 진행한 뒤 오는 21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하루에 스팩 3개를 포함해 공모주 5개가 일반청약을 진행하면서 공모주 투자자가 분산돼 더욱 저조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플래즈맵의 경우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39.8대 1로 낮았다는 점에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