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강달러’ 쓰나미가 각국을 덮치는 가운데 미국 중국 일본 3국 유학생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각국의 환율 증감 방향이 달라서다. 미국으로 간 유학생들이 ‘외화벌이’에 나선 반면 일본에 터를 잡은 유학생들은 되려 ‘엔화 아껴 쓰기’에 나섰다.
지난 8월 미국 미네소타로 박사과정 유학을 떠난 이정한 씨(28)는 짐을 푼 지 두 달도 채 안 돼 다른 숙소를 알아보고 있다. 집세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환율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씨가 사는 1인 숙소의 월세는 1000달러. 이 씨는 여럿이서 아파트의 한 집에 모여 살며 2인 1실을 쓰는 ‘룸쉐어’나, 1인 1실을 쓰되 거실은 공유하는 ‘하우스쉐어’ 등을 찾아보고 있다. 이 씨는 “비행기를 탈 때 달러당 1300원인 환율을 보고 ‘이제는 떨어지겠지’라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1400원을 지나 1500원까지 넘보고 있으니 지금은 ‘어떻게든 달러를 아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박사과정을 밟아 학교로부터 학비 및 생활비를 지원받는 이 씨는 그나마 여건이 좋은 편이다. 미국으로 석사 유학을 준비 중인 김철호 씨(30)는 학교의 지원도 일절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씨는 “유학을 처음 고민하던 2019년만 하더라도 등록금과 생활비까지 많아야 연 8000만원이 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최소한 1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청소나 에어컨 수리 등 학교 기숙사에서 달러를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도 알아보고 있다”며 “달러를 ‘자체 조달’하기 위해 이리저리 수소문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일본에 진출한 유학생들의 풍경은 정반대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엔화를 모으고 한국에서 받는 지원을 늘리기도 한다. 일본 도쿄 인근의 의대에 재학 중인 강지훈 씨(27)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으로부터 지원받는 생활비를 월 15만엔에서 20만엔으로 늘렸다. 엔화가 저렴한 지금 미리 원화를 엔화로 환전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강 씨는 “유일한 고민은 인플레이션”이라며 “환율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들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환율 대란’에 휩싸인 것은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는 중국인 손모 씨(29)는 중국의 지인들로부터 안부 연락을 받을 때마다 난감해진다고 말했다. ‘요즘은 벌이가 괜찮냐’는 질문에 답을 해주면 ‘어째서 월급이 깎였냐’는 반응이 돌아와서다. 원화 가격 하락(환율 상승) 탓에 위안화 기준 임금액이 줄어든 탓이다. 손 씨는“‘1달러=1200원’이라는 한국인들의 인식처럼 우리는 ‘1위안=180원’이라는 공식이 있는데, 지금은 위안당 200원을 넘어간다”며 “올 연말 한국인 남편과 중국에 계신 친정을 방문하려다 일정을 미뤘다”고 말했다. 손 씨는 “위안화로 저축해놨던 돈을 모두 원화로 환전하는 게 좋을지 고민된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