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잔인한 푸틴” 비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미스터 푸틴(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불법 전쟁의 잔인함을 다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공격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더욱 강화할 뿐”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다짐했다.바이든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첨단 방공시스템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자체 방어에 필요한 지원을 계속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늑장 지원으로 비판받아온 독일도 조만간 첨단 방공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인도하기로 했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지난 6월)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던 IRIS-T SLM 방공시스템 네 대 중 한 대를 며칠 내 제공하겠다”고 했다.
각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 의지를 밝힌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피의 보복’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하루 동안 80발 이상의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 중 43발은 방공시스템에 의해 요격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이번 공격은 지난 2월 말 개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로 인해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97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11일에도 우크라이나 군사 및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궁지 몰린 푸틴, 보복 공격 감행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습은 8일 크림대교 폭발 사고에 대한 응징이란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도 이번 공격이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자인했다. 그는 10일 안보회의에서 “크림대교 폭발은 우크라이나의 테러 행위”라며 “우리 영토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크림대교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다리로 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 역할을 했다. 2018년 개통 당시 푸틴 대통령이 트럭을 몰고 크림대교를 건너기도 했다. 상징성이 큰 크림대교의 폭발에 러시아 강경파의 불만은 높아졌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쪽과 동쪽에서 점령한 영토를 잃게 되자 푸틴 대통령이 강경파의 압력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11일 열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주요 7개국(G7) 정상 간 긴급 화상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책을 논의할 전망이다. 유엔은 10일 뉴욕 본부에서 긴급특별총회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강제 합병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대해 논의했다. 결의안 표결은 12~13일께 이뤄질 전망이다.
러시아 측은 다음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TV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안을 받으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