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에 사는 회사원 A씨는 감정가(29억9500만원)의 반값인 15억5300여만원에 경매시장에 나온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124㎡를 발견하고 고민에 빠졌다. 현재 보유 중인 아파트를 팔고 여윳돈을 끌어모으면 서울 강남 입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A씨는 “선순위 전세금이 많고 권리관계도 복잡해 이번 입찰은 포기했다”며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강남 물건을 꾸준히 살피고 있다”고 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아파트가 경매시장에 대거 나오면서 강남 입성을 노리는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날 기준 조회수가 1000건이 넘는 서울 지역 13개 물건 가운데 5건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속했다.
특히 조회수 상위권에는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잠실동, 서초구 잠원동 등 인기 주거지 아파트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개포동 대치아파트 전용면적 33㎡는 감정가 10억원에서 한 차례 유찰되며 최저입찰가가 8억원으로 떨어졌다. 오는 18일 2차 매각일을 앞두고 소형 아파트에 관심을 둔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17일 경매를 진행하는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전용 99㎡ 물건도 조회수 상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 물건은 지난 8월 매수인이 대금을 미납하면서 다시 경매시장에 나왔다. 이번에도 매각 당시 조건과 동일하게 감정가(30억3000만원)의 80%인 24억2400만원으로 최저입찰가가 정해졌다. 지난 경매에서 11명이나 응찰자가 몰렸던 만큼 이번에도 입찰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관측이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36㎡도 같은 날 경매가 예정돼 있다. 첫 매각일이라 최저입찰가가 감정가(23억5000만원)와 동일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남권 물건은 가격대가 워낙 높기 때문에 한 번만 유찰돼도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실거주 의무가 없다는 장점도 있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주목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