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거래 절벽 여파로 전·월세 물건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취득세를 인하하고 대출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89건에 그쳤습니다. 거래 계약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달 전체 거래량은 조금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8월(670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들어 아파트 서울 거래량은 1월(1092건)부터 4월(1752건)까지 늘어난 뒤 5월(1740건) 이후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아파트 매수심리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방 모두에 해당합니다. 지난달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지방도 거래가 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 주(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7.7을 나타냈습니다. 22주 연속 내림세입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주택거래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기간 지방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3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에 이어 오는 12일 두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5%대 중반에 이르는 데다 미국의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한미 금리 격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환율·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는 만큼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11월 추가 인상을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3%대 중반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도 금리 인상으로 셈법이 복잡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상'과 '거래 절벽'이라는 변수로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분양시장에서 미분양 물량이 3만가구를 넘은 데 이어 매물 미분양 규모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거래가 안 되면서 지역 경제의 핵심인 중개업소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분양이 안 되면서 건설사와 시행사가 향후 아파트 공급을 잠정 중단하는 등 주택공급 생태계가 와해 위기에 처했습니다.
대외경제 여건과 지난 5년간 아파트값 상승을 고려할 때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리, 인플레이션, 환율 등 대외 여건이 아파트값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부를 뜻하는 국민순자산은 1경9809억원(한국은행 2021년 국민대차대조표)이었습니다. 이 중 비금융자산의 77.5%를 차지하는 토지자산이 1경680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2020년 건설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5.22%이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 건설산업 비중은 줄어들고 있지만 개발 중개 등 부동산 서비스업의 비중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파트 거래는 중개업소, 이사업체, 음식점 등 '동네 상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올들어 지속되는 거래 한파로 지역 경기가 말이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거래 규제 대못'을 뽑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주택 취득세율 인하입니다. 1주택자는 거래 금액에 따라 취득세가 1~3% 선입이다. 9억원을 초과할 경우 3%가 적용됩니다.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아파트를 추가로 구입할 때 취득세가 8%, 3주택자와 법인은 12%가 적용됩니다. 수도권 다수의 지역은 여전히 조정대상지역에 속해 각종 규제가 적용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취득세를 완화한다고 당장 아파트 거래가 되살아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규제 완화가 입지 좋은 곳, 혹은 급매가 팔릴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은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도 업계의 요청입니다. 1~2인 가구 임대 상품인 소형 주택은 안정적인 월세를 바라보고 베이비부머 은퇴자 등이 매입하는 이른바 수익형 부동산입니다. 최근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런 월세 상품의 매력이 반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택으로 간주해 각종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매수자가 사라진 상황입니다. 한 주택업체 관계자는 "금리 급등기에 부동산 규제를 풀지 않고서는 거래절벽을 막을 수 없다"며 " "라고 말했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