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샷을 망쳐도 포기는 이르다. 리커버리의 기회가 남아있다면 게임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골프의 간판 임성재(24)가 이를 증명해냈다. 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서머린(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총상금 800만달러) 1라운드에서다. 티샷 미스로 사실상 맨땅에서 날린 샷을 홀 바로 옆에 붙여 사실상 이글에 가까운 버디로 만회해냈다.
디펜딩챔피언으로서 출전한 임성재는 이날 전장 480야드짜리 3번홀(파4)에서 티샷을 카트 도로 위로 보냈다. 다행히 벌타없이 드롭했지만 구제받을 공간은 돌과 덤불로 덮인 사막지역 뿐이었다.
사실상 맨땅에서 샷을 해야하는 상황. 다행히 임성재는 경기위원과의 상의 끝에 큰 돌을 피해 드롭했다. 그린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상태에서 한 두번째 샷은 그린 앞에 떨어진 뒤 훌을 향해 똑바로 굴러 홀 10cm 옆에 자리잡았다. 한바퀴만 더 굴렀다면 들어갈 수 있었을 이글성 버디였다.
PGA투어는 홈페이지에 이 기적같은 샷 장면을 전면에 올렸다. 인스타그램에는 샷 영상과 함께 "IMpossible!!"이라는 멘트를 달았다. '불가능'(impossible)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임(IM)은 할 수 있다(possible)'"는 언어유희를 한 것. 골프 채널과 야후 스포츠 등 미국 매체들도 "불가능한 샷을 해냈다"며 찬사를 보냈다.
임성재는 이날 버디 7개를 뽑아내고 보기 1개를 보태 6언더파 65타를 쳤다. 선두 톰 호기(미국)에 2타 뒤진 채로 첫날 경기를 마쳐 타이틀 방어를 위한 산뜻한 첫 발을 내디뎠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