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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딸 친구 심한 화상…병원비만 400만원" 아빠의 한숨 [김수현의 보험떠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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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살, 17살 된 두 자녀를 두고 있다는 50대 김모씨. 김씨는 닷새 전 전원 플러그 접촉 불량에 의해 발생한 화재 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대학 진학 목적으로 서울로 상경한 큰아이를 위해 마련해준 수도권 내 작은 아파트에서 벌어진 사고였습니다. 다행히 딸아이는 다치지 않았으나 하필 이날 집에 놀러 온 또래 친구가 팔에 큰 화상을 입었습니다. 회복을 위한 모든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던 김씨. 이후 기본적인 통원비, 피부이식 수술비, 입원 일당 등을 합한 병원비가 400만원 상당이 될 것이란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의도치 않은 사고를 마주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타인의 그릇된 의도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누구도 원치 않았던 사건이 발생하면서 개인에게 심각한 절망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죠. 그 결과로 자신의 소유물은 물론 타인의 신체나 재산에 큰 손해를 입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른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자신이 의도하거나 개입하지 않았음에도 누군가의 손해를 보상해줘야 하는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보험이 바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입니다.

일배책은 피보험자 보험증권에 기재된 주택의 소유·사용·관리 중에 발생한 우연한 사고로 피보험자가 법률상 배상 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손해를 보상하거나, 일상생활 활동 중 사고로 인한 배상 책임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 상품입니다. 피보험자 범위에 따라 가족 또는 자녀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등으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일배책의 경우 단독 상품이 아닌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상해보험, 주택화재보험, 어린이보험 등에 특약 형태로 가입되는 상품인 만큼 이미 가입되어 있음에도 상품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자비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배책 정의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위 사례처럼 주택의 소유·사용·관리에 기인한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손해를 입혔다면 해당 보험으로 즉시 보상이 가능한 경우에 속합니다. 여기서 주택이란 피보험자가 실제 거주하는 주택과 주택을 소유하는 피보험자가 주거를 허락한 자가 생활을 영위하는 주택 중 보험증권에 기재된 주택을 뜻합니다. 구 약관에서는 피보험자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택까지만 담보한 바 있으나 2020년 4월 약관 개정 이후부터는 소유 주택으로 담보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다만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일배책으로 보상받기 위해선 피보험자가 손해에 대해 법률상 배상 책임을 지는 경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택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여부는 민법에 의해 정리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758조(공작물 등의 점유자, 소유자의 책임)에서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원칙상 주택 점유자인 딸이 친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맞습니다. 점유자가 손해 방지를 위해 충분한 주의를 둔 경우여야만 주택 소유자인 김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게 되는 것이죠.

구분 기준을 더 명확히 파악하고 싶다면 대법원 2017년 8월 29일 선고 2017다227103 판결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해당 판례에는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는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 없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본래 갖추어야 할 안전성은 공작물 자체만의 용도에 한정된 안전성만이 아니라 공작물이 현실적으로 설치되어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안전성을 뜻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예컨대 전원 플러그라고 하면 전기 회로를 쉽게 접속하거나 절단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안전성뿐만 아니라 주변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 추가적인 안전성까지 모두 갖춘 상태는 아닌 것을 통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 공작물 관리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전원 플러그 접촉 불량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된다면 점유자 소유 일배책으로 손해배상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점유자가 평소 전원 플러그 자체는 물론 주변 위험 요소로부터 제약을 두는 등 관리에 주의를 다했다면 주택 소유자 일배책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부담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전원 플러그 접촉 불량 발생 원인, 평소 전원 플러그 관리 상태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단 주택 소유자가 일배책 보험을 약관 개정(2020년 4월) 이전에 가입했고 사고 주택에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면 소유자 보험으로는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구 약관의 경우 거주 주택에서 발생한 사고에 한해 보상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거나 개입하지 않은 사건 또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일배책 가입 여부를 우선 확인한 뒤 배상 책임을 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일배책의 경우 우연하고 돌발성이 있는 사고로 보상 범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사고는 보장하지 않죠. 고의성 여부를 기준으로 보상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명확한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화재 발생 시 일배책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배상책임 범위는 꽤 넓은 편"이라며 "보상받을 때 사고나 사건이 발생한 주택의 주소가 피보험자의 보험증권에 기재돼 있는 상태여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주소지가 변경되거나 추가될 경우 즉시 보험사에 전달하는 것이 피보험자에게 유리한 행동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 내용은 특정 사례에 따른 것으로, 실제 민원에 대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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