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한국전력이 태양광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받아 해임된 직원들에게 퇴직금으로 총 3억141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 비리를 저지르면서 수천만원을 부당 취득한 직원들이 억대 퇴직금까지 챙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한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9월까지 금품·향응수수로 해임된 31명 중 7명이 태양광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파면 조치됐다. 이들이 태양광업체에서 받은 금액은 총 3억447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뇌물로 3억여원을 취득한 이들에게 3억이 넘는 퇴직금을 또 지급한 셈이다.
한전이 이들에게 지급한 퇴직금은 개인당 최대 1억3800만원에 달했다. 광주전남본부 소속 A씨는 태양광 발전시설 운영업체로부터 5000만원을 받고 해임 처리되면서 퇴직금 1억3800만원을 챙겼다.
태양광업체로부터 1억13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B씨도 퇴직금 2140만원을 지급받았다.
고위직 가운데에서 태양광 관련 뇌물수수로 해임된 사례도 확인됐다. 간부급인 1(나) 직급 C씨는 가족명의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납부해야 할 공사비 913만원을 업체가 부담하게 했음에도 2900만원의 퇴직금을 챙기고 회사를 떠났다.
이에 대해 한전은 "퇴직금을 법정 최저기준보다 적게 지급할 시 법위반이 되므로 퇴직금의 임의 감액은 불가하다"고 해명했다.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은 통상 퇴직 전 3개월 간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중대비위행위자에 대해 성과급을 미지급하고 3개월 내외 직위해제 기간을 거쳐 해임해 실질적으로 퇴직금을 감액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삭감액은 약 20%에 그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태영 의원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공정과 청렴을 외쳤지만 실상은 태양광 부패·비위행위로 금전적 이득을 취해 해임된 자들에게도 국민의 세금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났다”며 “이는 기관별로 퇴직금 지급에 대한 내부규정이 여전히 제각각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공공기관 개혁’인 만큼, 공직 기강 확립 방안 마련과 퇴직금 지급 규정에 대한 합리적이고 통일된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