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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디지털 흐름에 역행하는 수학 교육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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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공대 교수들은 최근 ‘수학 대책 회의’를 열었다. 1학년들의 수학 실력이 부족해 진도를 제대로 나가지 못하자 따로 보충 강의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경영·경제학과 교수들도 고민이 많다”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떠오르는 미래 학문의 기초가 수학인데 신입생들의 실력은 갈수록 떨어져 문제”라고 말했다.

대학에서만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다. 서울의 한 유명 회계법인은 요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수학 재교육을 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스펙은 월등히 좋아졌는데 정작 수학 능력은 떨어졌다”는 게 이 회사 고위 임원의 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양한 학문의 기초가 되는 수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 점점 더 ‘수학을 안 하는 나라’가 돼 가고 있다”는 한탄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교육부 정책은 산업계 목소리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 20년간 중·고등학교에서 수학 과목은 ‘쉽게 쉽게’만 강조돼 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시행된 7차 교육과정의 수학교육 대원칙에 ‘학습 부담 경감’이 명시되면서 ‘모든 학생이 어려운 수학을 꼭 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어 2017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선 행렬이 빠졌고, 2021학년도엔 기하가 제외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이런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교육부는 6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방정식과 이차함수에서 난도가 높다고 지목된 일부 학습 내용을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명분은 사교육비 경감이다. 고등학교에서 ‘수포자(수학포기자)’가 3분의 1에 달하는 상황에서 난도를 높이면 사교육과 선행학습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마친다고 수학과 영원히 이별할 수는 없다. 사회 곳곳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도의 수학 능력을 요구하는 분야는 갈수록 늘고 있다. AI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등 신기술의 바탕엔 함수 기하 등 수학 실력이 필수적이다. 인문학도에게도 융복합 소양을 요구하는 곳이 많아졌다. 미국 영국 중국 등이 최근 부쩍 수학 교육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안’을 교육분야 핵심 국정과제로 내놨다. 하지만 수학 교육 강화 없는 디지털 인재 양성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다. 이미 대학과 기업들은 값비싼 재교육 비용을 치르고 있다. 쉬운 수학만 가르쳐선 대한민국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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