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6% 상승했다. 지난 7월 6.3%를 찍은 물가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둔화했다. 하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5%로 8월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물가가 이미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1, 2월 3%대에서 3, 4월 4%대로 뛴 데 이어 5월 5.4%로 높아졌고 6월과 7월 각각 6.0%와 6.3%를 기록했다. 7월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다 8월과 9월 다시 5%대로 낮아진 것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가)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불안 요인도 많다. 우선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건 국제 유가가 떨어진 영향이 큰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협의체인 OPEC+가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감산을 검토하는 만큼 유가가 다시 뛸 수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오르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근원물가는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라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은 4.5%였는데, 올 6월 이후 4.4~4.5%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까지 1~2%대를 유지했고, 올 4월까지도 3%대였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5일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소폭 낮아졌지만, 근원물가는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변수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도 물가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주택용 전기요금을 ㎾h당 7.4원,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최대 16.6원 올리고 가스요금도 메가줄(MJ)당 2.7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은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가 이끌었다. 이들의 물가 상승 기여도(전년 동월 대비)는 각각 2.32%포인트, 1.95%포인트였다. 이 중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4% 상승했는데, 이는 1998년 4월(6.6%) 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 물가 상승률은 9.0%였다. 1992년 7월(9.0%) 후 30년 만의 최고치다. 치킨(10.7%) 생선회(9.6%) 등의 가격이 많이 뛰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