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빅테크 기업(대형 정보기술기업)이 만든 최초의 보험사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이달 본격 출범한다. 혁신으로 무장한 '금융권 메기' 등장을 앞두고 보험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특히 카카오페이손보가 새롭게 내놓을 상품 경쟁력과 시장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 간편결제, 증권 등 금융사업 영역을 줄곧 확대해온 카카오가 결국 보험시장 지형에도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관측에서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손보는 이르면 다음주 첫 자사 상품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영업 활동을 개시한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정례위원회를 열어 카카오페이손보의 보험업 진출을 공식 허가한 지 6개월 만이다. 카카오페이손보의 자본금은 1000억원이다. 지분율은 카카오 40%, 카카오의 결제 부문 자회사 카카오페이 60%로 구성됐다. 거대 플랫폼 빅테크 기업이 보험업에 진출한 건 카카오가 최초 사례다.
앞서 카카오페이가 금융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손보는 출범 초기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을 중심으로 고객 확보에 나선다. 소비자가 직접 자신에게 필요한 보장만 선택해 가입하는 DIY(do it yourself) 보험, 동호회 보험, 휴대폰 파손 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 연계 택시 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커머스 연계 반송 보험, 카카오키즈 연계 어린이 보험 등도 구상 중이다.
증권사 출범 당시 펀드부터 시작해 취급 영역을 넓혀갔듯이 사업 초기 소비자 접근성이 좋은 보험 상품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카카오톡·카카오페이를 통한 간편 가입, 플랫폼을 통한 간편 청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험금 지급 심사 기간 단축 등 보험 영업 전 과정에서의 편의성 확대 사업도 추진한다.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24시간 챗봇 상담을 활성화하겠다는 것 또한 카카오페이가 내놓은 사업 계획 중 하나다.
카카오를 뒷배로 둔 카카오페이의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보험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앞서 디지털 손보사로 출범한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과는 완전히 다른 시장 파급력을 지닐 것으로 예상돼서다. 사실상 현재 국내 손해보험시장은 5대 대형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가 장악한 상태로 디지털 손보사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디지털 손보사 3곳은 모두 적자행진을 이어가며 부진한 상태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의 등장은 다를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우선 카카오페이가 지닌 파급력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 월간 이용자 수(MAU) 5000만명을 지닌 대형 플랫폼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뻗어나갈 시장 영향력이 막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물론 카카오페이 고유의 시장 장악력도 무시할 수 없다. 카카오페이의 누적 가입자 수는 380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이는 한국 전체 인구의 약 75%에 해당하는 수치다.
보험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카카오페이는 2019년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인바이유를 인수한 뒤 사명을 KP보험서비스로 변경해 보험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 확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출범한 지 1년 반 만인 지난해 7월 말 계좌 500만개를 확보하며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후불결제 사업까지 추진하면서 종합금융 플랫폼으로의 영향력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자동차보험, 장기보험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시점부터 보험시장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니보험의 경우 기본적으로 돈이 되는 상품이 아니다. 카카오페이도 결국 수익성 제고, 포트폴리오 다변화 취지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자동차보험, 장기보험 진출에 나설 것"이라며 "사업 초기 편의성 제고 차원의 시스템, 프로세스 혁신이 시장에 변화를 가져온다면 향후엔 시장 점유율을 뒤흔드는 존재로 자리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