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민원인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 성추행, 스토킹, 심지어 자살 협박, 살해 협박 등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은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방문인력 사고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복지 공무원이 민원인으로부터 폭력·폭언 등 위협을 당한 사례가 1만 6377건에 달했다.
이 중 폭언이 1만4068건(85.9%), 물리적인 폭력이 360건(2.2%), 성적 폭력 239건(1.5%), 코로나19 등 전염성 질환 감염이 74건(0.5%)이었다. 반려견 공격이나 자살 협박 등 기타로 분류된 사고도 1636건(10%)으로 집계됐다.
원하는 대로 지원받지 못하면 자살하겠다고 하거나 살해 협박을 한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만 자살 협박이 34건, 살해 협박이 7건이 발생했다. 전수조사를 할 경우 자살 및 살해 협박을 당한 공무원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가 제출한 사례를 살펴보면 정신질환을 앓는 수급자가 생계비가 부족하다며 담당 공무원에게 4개월간 100건 이상의 전화를 걸어 자살 협박과 폭언을 한 경우도 있었다. 또 본인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경우 ‘농약을 들고 구청 앞에 가서 마신다’는 말을 반복한 사례도 보고됐다.
주거급여 삭감에 불만을 품고 주민센터를 찾아 칼로 공무원을 위협한 사례, 음주 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목을 따겠다"며 살해 협박을 한 사례 등 수위가 높은 가해 행위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사고를 당해도 별다른 보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 공무원은 민원인으로부터 집요한 스토킹, 성추행 피해를 입어 경찰에 신고했는데, “민원인을 상담하는 것은 공무원의 업무이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
위기가구는 매년 느는데 담당 공무원 수는 제자리걸음이라 업무 과중도 심각한 상황이다.
전담 공무원 한 명이 담당한 위기가구는 지난해 기준 평균 113.4건이다. 전국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전담 공무원 수는 2019년 9548명, 2021년 1만 1813명이었지만, 같은 기간 이들이 관리하는 위기가구는 63만 3075가구에서 133만 9909가구로 두배 이상 폭증했다.
강선우 의원은 "부족한 전담인력 수와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제2의 수원 세모녀 사건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