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2만2693명. 지난 6월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를 보유한 소액주주 규모다. 지난해 12월 말(506만6351명)보다 16.9% 이상 늘었다. 지난해나 올해 삼성전자에 올라탄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별동대로 만든 이유다. 삼성전자를 믿고 투자했다가 고통에 빠진 소액주주들을 뒷짐 지고 볼 수만은 없다고 본 것이다.
○새 주주환원정책 나올까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주요 경영진에 “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빨리 찾아 실행해보자”고 주문했다. 최근 업황이 나빠지긴 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 된 상태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주주가치 제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관련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TF에선 특별 배당(배당 확대)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여러 주주환원정책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4만 전자’의 벼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할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이 같은 주주환원정책을 써서 효과를 본 적이 있다. 2015년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면서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준다는 명목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했다. 2017년 10월에는 “향후 3년(2018~2020년)간 발생한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배당하고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특별배당으로 추가 환원하겠다”고 했다. 2017년 10월 말 5만5080원(액면분할 전 환산 주가)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2020년 말 8만1000원까지 47% 넘게 올랐다. 반도체 호황, 코스피 상승 등 시장 상황 영향도 있지만, 주주환원정책 효과도 컸다는 전언이다.
다만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자사주 매입·소각보다는 배당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금을 늘리면 소액주주뿐 아니라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주가 하락이 장기화할수록 시장 평판, 브랜드 이미지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회복력 있는’ 기업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주요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짝 상승 가능성은 작아
다만 삼성전자 주가의 가파른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운 분위기다.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정보기술(IT)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증가 등 악재가 쌓여 있어서다. 지난달 28일엔 미국 10년물 금리가 2010년 이후 처음 4%를 돌파했고, 달러당 원화값은 1440원이 붕괴됐다.소비 침체로 IT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반도체 사업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반도체 매출 전망을 30%가량 낮췄다.
더구나 외국인, 기관투자자가 삼성전자를 연일 팔아치우면서 주가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3조439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2415억원 규모의 주식을 정리했다.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식 3조6000억원 넘게 사들였다.
미국 메모리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주가 흐름도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올해 들어 주가가 46%가량 급락했다. 파운드리, 팹리스 업체를 포함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올해 들어 38.9% 떨어졌다.
○회장 취임에 쏠리는 기대
일각에선 연말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할 계기 중 하나로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을 기대하고 있다. 통상 ‘오너 리스크’ 해소는 주가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 역시 회장 체제로 책임 경영 활동을 강화하면, 사업 전반에도 안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삼성 안팎에선 이 부회장이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인 이달 이후 회장 취임을 추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10년째 부회장 직함을 유지해왔다. 국내 4대 그룹 중 회장 직함을 달고 있지 않은 총수는 이 부회장뿐이다.
이 부회장은 요즘 삼성 경영 비전과 국가 경제 기여 방안 등 회장 취임 후 일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는 방안도 인수합병(M&A), 신규 투자 계획만큼이나 중요 주제로 꼽힌다”고 전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