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요건을 재정비한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엔 기회를 주고,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개최된 '제3차 금융규제혁신회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상장폐지 요건과 절차를 손보겠다고 4일 밝혔다.
우선 재무요건이 악화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도 실질심사를 받는다. 과거 실적 보다는 향후 기업 계속성, 사업성 등을 고려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실적을 볼 땐 획일적인 재무 수치가 아닌 경기침체, 코로나19 상황과 같은 매크로 환경도 고려하기로 했다. 다만 '자본 전액잠식' 사례는 예외다. 다른 사유 대비 부실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또 정기보고서 미제출 혹은 거래량 미달로 즉시 퇴출 사유가 발생한 상장사에 이의신청이나 개선 기회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의 존속 능력과 연관성이 낮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보고서 제출기한을 지키지 못한 기업 등에 대한 구제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했다.
중복적 성격의 상장폐지 요건은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가가 액면가의 20% 미만인 '주가 미달' 요건과 '5년 연속 영업손실' 요건은 삭제된다. '시가총액 미달' 요건과 '자본잠식' 요건으로 각각 대체 가능해서다.
투자자 보호 실효성 대비 기업 부담이 과도한 요건도 개선한다. 자본잠식 등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적용기준을 반기에서 연 단위로 변경한다. 횡령 등 실질심사 사유가 확인된 지 5년이 지나 현재 기업 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심사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거래소는 "향후 기업 회생 가능성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가지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