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은 한국의 법인세율이 ‘동학개미(개인투자자)’와 근로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법인세 인하=부자 감세’라는 주장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할 뿐이라고도 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법인세 인하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KDI가 법인세 인하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원은 이날 ‘법인세 세율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법인세는 부자가 아니라 다수의 투자자와 근로자에게 영향을 준다”며 “‘법인세 감세=부자 감세’라는 주장은 정치 과정에서 제기된 구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 이익이 늘어나고 이는 배당 확대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로선 배당소득이 늘거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경제활동 인구 한 명당 주식거래 활성화 계좌(예탁금 10만원 이상, 6개월에 1회 이상 거래 계좌)가 2010년 0.7개였지만 지난해 1.96개로 늘어났으며 주식투자 인구 수는 10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식 투자가 보편화된 만큼 법인세 감세의 혜택이 많은 국민에게 공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투자액이 165조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의 노후 소득 안정성을 담보하는 데도 법인세 인하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KDI에 따르면 법인세는 근로자 임금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분석 결과, 법인세 한계세율이 20%에서 22%로 인상될 때 근로자 임금 수준은 0.27%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 오언 지다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후안 카를로스 수아레스 세라토 듀크대 교수의 2016년 논문에 따르면 법인세를 인하하면 배당받는 주주에게 40%, 신규 고용되거나 임금이 늘어난 근로자에게 30~35% 귀속된다.
KDI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단기적으로 투자는 0.46%, 취업자 수는 0.13%, 국내총생산(GDP)은 0.21% 늘어나며 장기적으론 투자와 취업자 수가 각각 2.56%와 0.74%, GDP가 1.13%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OECD 평균 23.2%보다 높다.
KDI는 한국의 누진적 법인세제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OECD 회원국 중 24개국은 법인세를 단일세율로 운영하고 있다. 누진세 형태로 운영하는 곳은 네덜란드와 한국 정도다. KDI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선 “법인세를 국제 기준에 맞게 간소화하고 최고세율도 OECD 평균(23.2%) 수준으로 낮추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세수 감소 등 단기적 지표 변동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효과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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