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하시면 샤넬백 드릴게요."
집주인이 세입자를 모시기 위해 명품백을 내걸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역(逆)전세난'에 벌어진 현상이다. 역전세난은 세입자가 전셋집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전세난'과 상반된 개념이다.
5일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집주인 A씨는 최근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에 있는 '천안불당지웰푸르지오'(682가구·2016년 입주) 전용 84㎡ 세입자를 구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전세 보증금은 4억5000만원, 입주는 12월 말 가능하다는 조건이다.
게시글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세입자가 계약을 맺으면 명품인 '샤넬백'을 주겠다고 한 점이다. A씨는 게시글에서 "전세 계약하시면 샤넬 클래식 캐비어 라지 정품백 드려요"라며 사진도 함께 올렸다. 샤넬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당 제품 정가는 1335만원이다.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인 '크림'(KREAM)에서는 같은 제품이 1170만원에 올라와 있다.
'명품백'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지만 해당 단지 전셋값과 비교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84㎡는 적게는 3억8000만원에서 많게는 5억원까지 나와있다. 최근 맺어진 전세계약을 살펴보면 해당 면적대는 지난달엔 3억4000만원에 거래돼 3억원대 세입자를 들였다.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세입자가 얼마나 안 구해지면 명품백까지 내걸었는지 궁금하다', '이 단지 전셋값 찾아보니 더 낮은 가격에도 전세매물 나와 있던데 차라지 수천만원 가격이 더 낮은 전셋집에 들어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최근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수요가 줄면서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임차인들은 수억원에 대한 이자를 납부하는 것 대신 이자보다 저렴한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무래도 기준 금리가 빠르게 치솟으면서 덩달아 대출 금리도 오른 영향이 크다.
경기도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실수요자 입장에선 금리 부담이 커져 전세와 반전세 사이에서 득실을 따져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집주인들도 오른 전셋값에 맞춰 다 받는 경우보단 이전 세입자에게 내줄 전세 보증금에 나머지 전세는 월세로 전환해 현금으로 받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전세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상생임대인제도 시행 등도 전세 수요를 줄이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서울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기존 집에서 전셋값을 소폭 올리고 사는 실수요자들이 많다"며 "여기에 상생임대인제도가 시행되면서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아도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전세 이동 수요가 많이 감소했다"고 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전셋값은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26일) 기준 전국 전셋값은 0.21% 하락해 전주(-0.19%)보다 낙폭을 더욱 확대했다. 지난 2월 둘째 주(14일,-0.01%) 하락세로 전환한 이후 한때 보합으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상승 반전하지 못했다. 이후 33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전세 물량도 늘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광주가 4253건으로 1년 전(615건)보다 591.5% 증가했다. 인천도 같은 기간 4627건에서 1만2441건으로 168.8% 늘었다. 부산(155.3%) 경기(132.2%) 전남(108.9%) 등도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 물량이 감소한 곳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강원(-1.9%)이 유일하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