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면 사명도 바꾸겠습니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사장(62·사진)은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롯데-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 현장에서 만나 "이미 홈쇼핑이라는 이름이 품지 못하는 사업 영역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2017년 롯데홈쇼핑 대표로 취임한 이후 줄곧 '탈(脫) 홈쇼핑'을 강조해왔다. "홈쇼핑이라는 업태에 갇혀 있다간 급변하는 유통산업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사장이 대표 취임 직후 탈 홈쇼핑에 시동을 걸어 시작한 신사업은 벌써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벨리곰 캐릭터 사업이 대표적이다. 귀여운 외모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벨리곰의 캐릭터 밸류에이션은 시장에서 곧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장은 "단기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벨리곰을 중심으로 캐릭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벨리곰 세계관'을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카카오프렌즈의 대표 캐릭터인 라이언이 어피치, 무지, 네오 등 친구들이 있는 것처럼 벨리곰에게도 친구를 만들어주고, 스토리를 입혀 생동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벨리곰 웹툰과 애니메이션 제작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해 대만과 태국, 일본, 미국 등 6개국에 상표권도 출원했다. 미국의 한 테마파크에 벨리곰 캐릭터를 수출하는 협상은 이미 진행 중이다. 이 사장은 "55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구독자를 둔 벨리곰 채널의 시청자 중 40% 이상은 외국인"이라며 "벨리곰은 해외에서도 분명 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사업 외에도 가상인간과 메타버스, NFT 등 최근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롯데홈쇼핑에 대해 시장에선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수동적으로 기다리다 뒤늦게 남을 쫓는 '웨이트 앤 씨(wait & see)' 전략은 안 된다"며 "선도적인 투자로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 사장은 "신사업에 100억원을 투자한다는 건 당장 올해 성적표에서 영업이익 100억원을 깎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에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 대표이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도전"이라면서도 "대표는 회사에 미래를 책임지는 역할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신사업 추진만큼은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이 최근 새롭게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게임이다. 그는 "국내 게임 산업은 영세한 업체와 주류 대기업이 만드는 게임으로 이분화돼 있다"며 "그 사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 사장은 '홈쇼핑이라는 업태의 미래'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절대 사라지지 않을 산업"이라고 단언했다. 이 사장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 사회에는 라이브커머스와 e커머스가 대체하지 못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며 "홈쇼핑을 기반 산업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신사업에 투자해 언제가 찾아올 변곡점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뉴욕=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