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국가)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유럽연합(EU) 출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의 9월 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상승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유로스타트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7년 이래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상승률이 두자릿수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 추정치(9.7%)도 웃돌았다.
유로존의 9월 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에너지 가격이다. 이 기간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40.8% 급등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한 여파다. 식료품과 주류·담배 가격은 같은 기간 11.8% 올랐다. 공업제품은 5.6%, 서비스 가격은 4.3% 상승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 지난 8월 상승률(4.3%)보다 가팔랐다. 이를 두고 경제학자들은 유로존 경제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근원 CPI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가능성을 점쳤다.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달 2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앞서 7월 ECB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고 이달 8일에는 0.75%포인트 인상했다. 유로존 8월 실업률이 7월과 동일한 6.6%로 동일하게 유지되면서 ECB가 노동시장보다 악화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다.
ECB가 사용하는 지표(HICP)를 기준으로 환산한 국가별 물가상승률 추정치는 독일 0.9%, 프랑스 6.2%, 이탈리아 9.5%로 나타났다. 리투아니아(22.5%), 라트비아(22.4%), 에스토니아(24.2%), 등 발트 3국의 물가상승률은 20%대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