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판교신도시 판교역 근처에 99㎡짜리 집합상가(2층)를 보유한 A씨는 2년 전 기존 임차인인 가정의학과 병원이 나간 뒤 상가를 한동안 공실로 둬야 했다. 새 임차인을 구하던 중 정보기술(IT) 업체로부터 사무실로 사용하고 싶다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최근 2년 계약 기간이 끝나자 대기업 계열의 다른 IT업체가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겠다고 나섰다.
A씨는 “10년 전 상가를 분양받은 뒤 식당, 병원 등에 빌려준 적은 있지만 IT업체가 들어올 줄은 몰랐다”며 “임대료 수준이 높고 공실 걱정도 없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판교 주요 상권 임대료 증가세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잇단 금리 인상과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전국 대부분 상권이 얼어붙은 가운데 판교신도시 내 핵심 상권은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판교테크노밸리 상권의 평균 임대료(1층 기준)는 올 2분기 3.3㎡당 22만12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 2분기 3.3㎡당 17만8700원보다 23%가량 높다. 판교역 상권 임대료도 같은 기간 3.3㎡당 32만600원에서 34만900원으로 상승했다.최근엔 IT업체까지 판교 상가 시장의 주요 임차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 오피스 시장이 공실률 ‘제로(0)’를 지속하면서 주요 빌딩에서 사무실을 구하지 못한 IT업체들이 상가로 유입된 것이다.
글로벌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 존스랑라살(JLL)코리아가 최근 발행한 ‘2022년 판교 오피스 시장 보고서’에서 판교권역 오피스 공실률은 2020년 이후 현재까지 0%대를 이어오고 있다. 서울 강남권이 직선거리로 10㎞에 불과해 접근성이 좋은 데다 판교에는 IT 대기업의 자가 사옥이 많아 임대 가능한 오피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이 상가건물의 인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IT업체들이 부족한 오피스 수요를 일반 상가에서 충당하며 판교 상가는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성남 분당에 사는 회사원 B씨는 “집 인근이라 판교 상가를 투자처로 찾고 있는데 물건 자체가 많지 않고, 나온 물건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경매시장에서 저가에 매입하려고 노리고 있지만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7년부터 최근 5년간 판교테크노밸리가 있는 분당구 삼평동 상가 경매 물건은 한 건에 불과했다. 판교역 상권이 있는 분당구 백현동에선 같은 기간 3건의 상가가 경매로 나왔다. 상권이 침체한 세종 지역 상가가 올해만 250건 이상의 경매 물건이 쏟아진 것과 대비된다.
◆수요 증가에 매매가도 반등
상가 매매가격도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의 상업용 부동산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판교 중심상업지구 상가의 작년 평균 매매가는 ㎡당 992만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당 969만원에 이르던 상가 매매가격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19년 746만원으로 떨어진 이후 2020년엔 727만원까지 낮아졌다.다만 올해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매매가격도 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매매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수익률 자체도 연 3~4%대에 불과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판교 상권은 유동 인구가 많고 공실이 거의 없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안정적 투자처로 꼽힌다”며 “코로나19 사태 등의 악재에도 상대적으로 수익률 방어를 잘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리 인상기엔 모든 상업용 부동산이 수익률 저하를 피해갈 수 없는 만큼 판교 상권도 올해는 거래량이 줄고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