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시 외곽에 자리 잡은 카페 무이숲. 햇살이 비치는 카페 로비에 들어서자 갓 구운 빵과 진한 커피 내음이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분주히 손님을 맞던 직원들 가운데 연신 구슬땀을 훔치던 한 명이 눈길을 끈다. 커피 담당 신다희 씨(왼쪽)다. 신씨는 스무 살 대학생 때 교통사고로 지적 장애를 얻었다.
무이숲은 비영리 법인 푸르메재단이 운영하는 카페다. 장애인 7명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일한다. 신씨를 포함한 장애인 근로자들은 지난 6월부터 정규직으로 채용돼 교육을 받았고, 지난달부터 손님맞이를 시작했다. 신씨는 무이숲에서의 모든 순간을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업무 시간은 낮 12시부터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에 매일 오전 9시면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뜨면 카페에 갈 생각에 신난다”고 말했다.
무이숲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비장애인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비장애인 손님을 맞이한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상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드문 기회다. 신씨가 “무이숲을 사랑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유다. 그가 무이숲 이전에 근무했던 곳은 장애인 복지관 내 카페. 동료도, 손님도 모두 장애인이었다.
신씨는 “장애인을 따로 분리해 모아 놓은 곳에 있으면 세상과 격리된 것만 같아 숨이 턱 막힐 때도 있다”며 “모든 사람과 어울려 서비스를 주고 감사함을 받는 이곳에서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점장 유근범 씨(오른쪽)는 신씨를 돕는 조력자다. 유 점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 없이 일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장애 근로자들이 자신만의 기술을 갖고, 세상에 쓰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게 그의 역할이다. 유 점장은 “장애 근로자가 수혜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정말 필요한 인재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유 점장은 정식 면접을 거쳐 일할 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장애 근로자들을 직접 뽑았다. 지난 6월부터 2개월간 선발된 직원을 집중 교육했고, 카페 개점 이후에도 커피 기술과 서비스를 가르치고 있다.
사람들이 ‘도와주기 위해’ 찾아오는 게 아니라 ‘커피가 맛있어서’, ‘공간이 아늑해서’ 찾아오는 공간을 꾸리겠다는 게 그의 가장 큰 바람이다. 유 점장은 “복지 사업이 실패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외부의 도움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복지 성과와 수익성을 동시에 잡아 자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무이숲은 문을 열자마자 입소문을 탔다. 주말이면 카페 90석이 모두 차 주차장에서 대기하는 손님들도 생겼다. “카페가 잘돼 일할 맛이 난다”는 신씨는 “앞으로 여주 지역에서 가장 잘나가는 카페가 되는 무이숲을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여주=구민기 기자
사진=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