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강남 4구'로 불리면서 집값이 빠르게 올랐던 서울 강동구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거래가 전반적으로 적은 가운데 하락한 급매물 거래가 성사되면서다.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전세대출 금리 상승, 상생 임대인제도 시행 등으로 실수요자들도 줄어들면서 전셋값도 하락하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고덕아르테온'(4066가구·2020년 입주) 전용 84㎡도 지난달 13일 17억4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해 신고가 18억원보다 5500만원 내렸다. 이 면적대는 지난 7월 14억8000만원까지 떨어지면서 고점보다 3억2000만원 내리기도 했다. 같은 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3일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최고가인 13억4000만원보다 1억900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 8월엔 11억까지 떨어졌다.
지난 8월엔 지역 내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2019년 입주)에서도 하락 거래가 이어졌다.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16억3000만원(8월6일)에 손바뀜해 지난해 최고가인 19억원보다 2억7000만원 내렸다. 마찬가지 이 단지 전용 59㎡도 12억8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작년 최고가 15억3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떨어졌다.
고덕동 A공인중개사는 "작년까지 치솟던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실거래 여부를 묻는 문의가 많다"며 "기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나오다 보니 타지역 매수자들이 턱없이 낮은 가격에 집을 보러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덕동과 상일동 인근은 최근 수년 동안 2만가구에 달하는 재건축사업이 진행돼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강동구 내에서 주목받은 곳이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아파트 거래가 줄어들고 매수심리까지 꺾이면서 집값이 빠르게 내리고 있다. 최근 수억원 하락해 주목받았던 매물의 경우, 집주인이 강동구보다 상급지인 송파구로 '갈아타기'를 하는 과정에서 급매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은 있다고 치더라도 '정상거래'인 셈이다.
전셋값도 휘청이고 있다. '고덕아르테온' 전용 84㎡는 지난달 8억3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지난 6월만 해도 9억원에 신규 계약을 맺기도 했던 면적대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저층의 경우 7억원대에도 가격이 형성돼 있다. 같은 단지 전용 59㎡도 최근 들어 전셋값이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떨어졌다.
'고덕그라시움' 전용 84㎡ 전셋값도 8억원 전후로 나와 있다. 이 단지 전용 59㎡ 전셋값 역시 적게는 6억원에서 많게는 7억5000만원으로 하반기 들어 가격이 급락했다.
상일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전세 수요가 감소하는데다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이 전세보다는 반전세나 월세를 낀 매물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상생 임대인제도 시행 등으로 실수요자들이 새집으로 옮겨갈 이유가 사라지면서 전세 매물이 시장에 쌓였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동구 집값은 지난달 넷째 주(26일) 0.17% 내려 전주(-0.15%)보다 하락 폭을 소폭 확대했다. 지난 6월 둘째 주(13일) 이후 16주 연속 하락 중이다. 올해 들어 1.03% 내렸다. 강동구 전셋값은 지난달 마지막 주 0.28% 내렸다. 지난 5월 셋째 주(16일) 하락하기 시작해 보합권을 오르내리다 6월 마지막 주(7일) 이후 14주 연속 내림세다.
거래량도 말라붙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강동구 전체 아파트 매매 건수는 7건에 불과하다. 8월(35건)에 비해 5분의 1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임대차 거래도 지난달 520건으로 직전 달인 8월(620건)보다 100건 감소했다. 연초(1185건)보다는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