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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없이 킥보드 타다가 벌금 냈는데…경찰 얘기에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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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8시 40분 서울교 교차로 옆 인도에는 여의도행 출근 행렬이 이어졌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틈에서 공유자전거 따릉이와 전동자전거·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로 달리며 출근하는 이들도 많았다.

사람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다니는 자전거, PM 이용자들 중 안전 수칙을 지키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이날 서울교 교차로에서 30분 동안 자전거, PM 이용자 100여 명을 관찰한 결과 안전모(헬멧)를 착용한 사람은 PM 탑승자 4명에 불과했다. 따릉이 탑승자 중 헬멧을 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5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PM 탑승자들은 면허를 소지해야 하며, 헬멧도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또 2인 탑승은 불가하다. 이를 어기면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

이러한 규제를 두고 서비스 이용자와 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용자들은 짧은 거리를 손쉽게 이동할 수 있음에도 '헬멧 착용 의무화' 때문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PM 탑승 시 헬멧 미착용은 범칙금 2만원 부과 대상이다.

최근 헬멧 없이 공유킥보드를 타다가 범칙금을 냈다는 김진수(가명·28) 씨는 "헬멧 착용이 의무인 것은 알고 있지만 잠깐 타기 위해 헬멧을 구하는 건 귀찮았다"며 "단속 경찰관에게 '(페달 보조) 전기자전거도 헬멧 착용이 필수지만 어겨도 범칙금은 내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 전기 자전거 등 비슷한 종류의 교통수단들과 달리 전동킥보드만 과도한 규제가 적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전기자전거는 페달 보조형(PAS)과 페달을 굴리지 않아도 주행할 수 있는 스로틀 방식으로 나뉘는데, PM으로 분류되는 스로틀 방식과 달리 PAS형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 분류되기 때문에 헬멧 미착용 범칙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



업계는 '헬멧 착용 의무화' 규제의 실효성을 지적한다. 서울경찰청이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에서 적발된 PM 법규 위반 건수는 총 4만 5648건으로, '안전모 미착용'이 3만 61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안부현 한국퍼스널모빌리티협회(KPMA) 협회장은 "법 개정 이후 많은 업체가 헬멧을 보급했지만 90% 이상 분실됐다"며 "서울시가 따릉이 헬멧 보급 사업을 철회한 것처럼 킥보드 헬멧 강제화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규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서울시는 따릉이 헬멧 무료 대여 시범 사업을 시작했으나 낮은 이용률, 헬멧 도난과 파손 등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정식 도입되지 않았던 바다.



최근 5년간 발생한 킥보드·자전거 사고를 분석한 결과, 치사율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킥보드와 자전거의 치사율은 각각 1.10명과 1.27명을 기록했다. 킥보드 사고 발생 건수는 자전거의 1/3 수준이지만,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업계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공유킥보드 업계는 속도 제한 기준을 시속 25km에서 20km로 낮추고, 전용 면허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안부현 협회장은 "원동기와 PM의 사용 방법은 다르다"며 "원동기 면허가 아닌 전용 면허를 신설해 이용자가 PM 운용방법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안전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한 미성년자에겐 그대로 헬멧 착용 의무를 적용하되, 성인에겐 자전거처럼 권고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PM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행 도로교통법에 대해 "PM에 맞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기존 방식에 PM을 우겨넣으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PM 이용자에게 자유를 부여하되, 사고 발생했을 때 발생하는 책임 등을 상세하게 규정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진영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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