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와 환율은 ‘좋은 이웃’입니다. 어떤 경제 활동을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조언해주죠. 이를테면 교통 신호등과 비슷합니다. 언제 직진, 정지, 좌회전, 우회전, 유턴할지 알려주죠. 금리와 환율도 그러합니다.
예를 들어 금리가 오른다(돈을 빌릴 때 내야 할 이자가 많아진다면)는 신호는 여러분에게 돈을 적게 빌리라고 충고한 것과 비슷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계획을 면밀히 재검토하겠지요. 이런 사람과 기업이 국가적으로 많아진다면, 일자리는 생기지 않습니다. 거꾸로 금리가 낮아지는 신호가 뜨면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충고를 해준다는 점에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와 <러쉬!>를 쓴 토드 부크홀츠는 “금리는 좋은 이웃”이라고 말했습니다.
환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원화와 미국 달러화의 교환 비율이 높아지면(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석유를 수입하는 기업은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고 결국 국내에서 파는 석유 가격을 올리게 될 겁니다. 자동차를 모는 부모님은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더 자주 이용하겠지요. 원화를 달러로 바꿔서 미국으로 유학가야 하는 나에게도 많은 부담을 줍니다.
최근 금리와 환율이 가파르게 올라서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의 ‘좋은 이웃’이 무슨 말썽을 일으켰는지 공부해봅시다.
외식할지, 돈을 빌릴지, 새 사업 할지
정할 때 금리·환율이 움직이면 우리 마음도 흔들려요
정할 때 금리·환율이 움직이면 우리 마음도 흔들려요
경제 주체(가계·기업·정부)들은 금리와 환율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금리와 환율이 적정선에서 무난하게 움직이면, 경제 주체들은 투자, 무역, 경제정책과 관련한 의사 결정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와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의사 결정을 쉽게 하기 어렵습니다. 위험과 불확실성이 경제 주체들을 고민하게 만들죠.
금리는 모든 경제 활동의 기본 변수입니다. 예를 들어 금리가 낮으면 돈을 빌려서 새로운 사업을 하려 하고, 금리가 높으면 돈을 빌리는 데 부담을 느끼고 새 사업을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거죠.
최근 우리나라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인데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모든 금리의 어머니 격입니다. 기준금리가 정해지면 그 위에 다양한 금리가 붙어서 대출·예금금리가 됩니다.
한국은행은 1월, 4월, 5월, 7월, 8월에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연 1.25%로 시작했던 올해 기준금리는 연 2.5%까지 높아졌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인플레이션, 즉 물가 잡기입니다. 우리가 먹고 쓰는 상품의 가격이 지속해서 오르는 상태를 뜻하는 인플레이션은 가정과 기업을 어렵게 만듭니다. 물가가 너무 오르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입니다. 그러면 동네 가게와 기업들의 장사가 얼어붙습니다. 물론 기준금리를 내리는 경우도 있지요. 소비가 너무 줄어서, 기업 활동이 나빠졌을 때 금리를 낮춰서 소비와 투자를 자극합니다.
한은이 금리를 올린 두 번째 이유는 미국 금리 때문입니다. 미국은 8~9%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많이 올렸습니다. 지금 미국 기준금리는 연 3.0~3.25%로 연 2.5%인 우리보다 높은 상태랍니다. 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우리나라에 있는 달러 자금 등이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이자를 더 주는 은행에 돈을 넣어두려는 이치와 같습니다. 우리는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줄여야 하는 입장입니다.
미국은 올해 스몰 스텝(0.25%포인트), 빅 스텝(0.5%포인트),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을 밟으면서 금리를 연쇄적으로 인상했습니다. 최근엔 1%포인트를 한꺼번에 올리는 울트라 스텝이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한국은 미국 스텝을 따라가기 버거운 상태라고 합니다.
환율은 한국은행이 정하지 않습니다. 매일 시장에서 정해집니다. 환율은 달러, 유로, 엔화, 위안화 등 다른 나라들의 돈과 교환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환율은 다양한 이유로 변동합니다. 우리나라 돈을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달러 가치가 올라가죠. 하루 전 1달러를 사려면 1300원을 줬는데 오늘 1320원을 줘야 한다면 환율이 20원 상승한 겁니다. 원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 것이죠. 최근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으니 환율에 비상이 걸렸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 상태에 영향을 받습니다. 외화보유액이 적거나, 무역적자가 심하거나, 정부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많거나, 화폐를 많이 찍어내거나 할 경우엔 환율이 급등(가치 하락)합니다. 정치가 불안할 때, 전쟁이 발생했을 때도 환율이 변동합니다. 최근엔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다는 사실 때문에 환율이 치솟았습니다. 한국에 있는 달러를 빼서 미국으로 가려는 수요가 많아지면 달러가 귀해져서 환율이 오르죠. 환율이 떨어질 때도 있어요. 경제가 잘 성장하면 말이죠.
환율은 수입과 수출에도 영향을 줍니다. 환율이 높으면 원자재 수입 비용을 더 들여야 합니다. 석유 수입 가격도 더 지불하죠. 수입 원가가 너무 오르면 국내 물가를 자극합니다. 이것은 또 금리에도 영향을 주죠.
금리와 환율은 여러분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금리와 환율이 불안해 경제가 어려워지면 부모님의 사업이 나빠지고, 자칫 부모님과 형제가 해고되면 여러분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유학비 부담이 늘고, 학원비와 교재비 학용품비, 떡볶이와 짜장면 가격이 오를 수도 있고, 용돈이 줄어들 수도 있죠. 경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 NIE 포인트
1. 기준금리가 무엇인지, 누가 정하는지 알아보자.
2.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왜 오르는지 본문에서 찾아보자.
3. 금리와 환율이 오르면 가정과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토론해보자.
금리·환율 제시문이 수능 국어에 나온다면…
두 지표와 경제상황 연결 짓는 문해력 필요
두 지표와 경제상황 연결 짓는 문해력 필요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미국 중앙은행(Fed)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 결행에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400원은 물론이고 장중 1410원대까지 속절없이 무너졌다. 1400원대 진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6개월 만의 일이다. ‘물가 상승률 2%’를 확신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한마디에 한국 금융시장이 다시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중략)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비문학 지문으로 윗글이 제시됐다고 합시다. 생소한 단어와 문장, 문맥에 여러분은 꽤 당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쫄지 마세요. 수능은 사전 지식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제시문을 잘 읽으면 문제를 오히려 쉽게 풀 수 있습니다.
원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도 그렇지만 외환·통화당국의 강력한 구두 개입이 전혀 약발을 받지 못한 것은 우려스럽다. 1400원 저지선이 힘없이 뚫리자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원화 가치는 속절없이 주저앉았다. 각종 경제·투자지표도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7거래일 동안 117포인트 급락했고, 국채(3년물) 금리도 11년여 만에 연 4%대를 뚫었다. (중략)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체율이 1.8%포인트 치솟는 취약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중략)
지금 우리 경제는 시계 제로 상황이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6개월 연속 부진해 무역적자가 300억달러에 육박한 상황이라 조그마한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실물경제도 취약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
제시문의 주제는 환율·금리의 변동과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입니다. 글 순서대로 분석해봅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미국에 있는 중앙은행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같은 곳이죠. Fed는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를 줄여 말하는 겁니다. 엄격히 말하면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은 아닙니다. 통상 Fed를 미국 중앙은행이라고 표현해주죠. 비슷한 일을 하니까요.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씩 세 번 올렸다는 뜻입니다. Fed는 평상시엔 스몰 스텝(0.25%포인트)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내렸다 합니다만, 비상시에는 더 크게 올리고 내리고 합니다. 세 번 연속으로 올렸다는 말은 경제가 심상찮다는 뜻인 거죠. 원·달러 환율은 ‘1달러에 원화 얼마’를 뜻합니다. 1달러를 사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1400원, 1410원, 1420원을 줘야 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고 표현합니다. 환율 급상승을 사설은 걱정합니다.
‘물가 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금리를 올리겠다’는 표현은 한국은행과 마찬가지로 미국 중앙은행의 제1 정책목표도 물가 안정에 있음을 강조한 겁니다. 미국 물가는 최근 9%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물가가 많이 오르면 국민이 생활하기 어렵고, 기업 실적도 나빠지고, 결국 고용 대신 해고가 늘어납니다. 해고는 실업률을 높이고 소득 기회를 감소시켜 경제를 더 악화시킵니다. 4면에서 지적했듯이 중앙은행은 금리 정책으로 물가와 경기를 조절하려 합니다.
제시문은 한국은행을 비판합니다. 환율을 잡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한은이 말했지만, 약발이 들지 않는다는 거죠. 금리가 치솟으면 연체율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체율은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이것이 오른다는 것은 장사나 사업 등이 안돼 빚을 못 갚는다는 의미죠.
‘우리 경제가 시계 제로 상황이다’라는 표현은 향후 경제 상황도 좋아지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대표적인 지표로 무역수지 적자를 지적했습니다. 무역수지는 수출액과 수입액을 계산해 산출합니다. 수출국인 우리나라가 무역적자라면 상황이 심각한 거죠. 이 사설의 제목을 한번 붙여보세요.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 NIE 포인트
1.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는 말의 의미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2. 금리와 환율의 급상승과 주식시장 하락 간 관계를 알아보자.
3. 미국 중앙은행과 한국은행의 차이를 비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