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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문장] "사랑이란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모험이야. 거기서는 신중해지는 순간 길을 잃지." 로맹 가리 <여자의 빛>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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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불행한 남자가 있다. 그리고 저기엔 불행한 여자가 있다. 1977년 첫 출간된, 그러니까 영화 ‘비포 선라이즈’보다 18년 앞서 세상에 나온 이 소설은 저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지새우면서 벌이는 사랑 이야기다. 동시에 ‘따로 불행한 두 사람이 함께한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는 사랑 실패기다. ‘성숙한’ 두 성인이 그 신중함으로 말미암아 길을 잃음으로써.

사랑도 소설처럼 플롯을 짜고 시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러면 지구가 풍화작용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크고 복잡하게 만들어진 저 사랑이라는 사막을 무사히 건널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럴 리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째서 길을 잃을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혹은 기어이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사막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일까. 대체 거기에 뭐가 있기에. 아니, 여기에 뭐가 없기에. 그러고 보면 로맹 가리에게 두 번째로 콩쿠르상을 안겨준 소설 <자기 앞의 생>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랑해야 한다.”

소설가 최설(2022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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