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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했더니 낮은 점수"…'AI 면접관' 실제로 만나보니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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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부산시교육청 공무원 A씨가 공무상 비밀누설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작년 7월 벌어진 ‘공시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임용 시험 면접관으로 참여한 A씨가 면접 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이처럼 가장 공정해야할 공무원 채용시험조차 면접관의 부정이 벌어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있다. 다양한 견제장치를 마련해도 ‘점심시간 직후에는 점수가 후해진다'는 속설이 있을만큼 면접관이 사람인 이상 수많은 인지적 오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이를 보완하는 인공지능(AI) 면접관이 부상하고 있다. 면접관의 한계를 보완하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채용 과정에서 AI 면접을 도입하는 기업·기관이 늘어나면서다.

AI 면접은 어떻게 진행될까. 한국경제신문 취재진이 시중에 활용되는 다양한 AI 면접 솔루션 중 AI 스타트업 제네시스랩의 '뷰인터 HR 면접 솔루션'을 실제로 체험해봤다. 이 솔루션은 현대자동차, LG그룹, 병무청, 서울시 등 50곳 이상의 기업·기관에서 활용중이다. 기업들은 각 조직에 맞는 역량을 추려 맞춤형으로 평가할 수 있어 기업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역량별 질문 공세로 치밀하게 지원자 파악


AI 면접 솔루션은 약 40분간 진행되며 총 25개의 문항이 있다. AI는 그간 쌓아둔 데이터와 각 기업에서 선정한 인재상을 토대로 DX BEI(행동사건면접) 역량과 소프트스킬을 측정 및 평가한다. BEI는 '상황-행동-결과'를 통해 역량을 측정하는 도구로, 과거의 특정 상황이나 경험을 물은 뒤 그에 대한 지원의 행동이나 경험에 대해 질문한다. 이어서 그에 대한 결과와 느낀점 등을 추가로 묻는 형식이다.

응시 화면을 클릭하자 노트북 화면에 지원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질문은 음성으로 읽어주지 않았고 화면에 텍스트로만 제시됐다. 첫 질문이자 공통질문인 자기소개를 하려니 마치 거울을 보면서 말을 하는 것 같아 어색했다. 이런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낄 지원자를 고려해 ‘내 얼굴 가리기’ 기능도 있었다. 기자는 대답에 집중하기 위해 이 기능을 사용했다.



BEI는 디지털 사고능력, 기업가형리더십, 애자일리더십, 파괴적마인드셋, 디자인 마인드셋, 인간중심 마인드셋 등 8가지 역량을 평가한다. 이중 기자가 높은 점수를 받은 역량(5점 만점에 3점 이상)은 '애자일 리더십'과 '기업가형리더십' 역량이었는데 민첩성과 주도성 등의 세부 평가 요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행하던 과제나 업무가 갑작스럽게 변경을 해야했던 경험'는 애자일 리더십을 평가하는 질문이었고, '여러 사람과 새로운 도전을 한 경험'으로는 기업가형리더십을 측정했다.

낮게 나타난 역량은 파괴적마인드셋, 디자인 마인드셋(5점 만점에 1점 대) 역량이었다. 획기적 아이디어를 제시한 경험이나 아무도 제기하지 않던 문제를 제기한 경험에 대해 물었는데 사례가 생각나지 않아 답변을 짧게 하거나 횡설수설해 시간을 넘겨버리기도 했다. 면접의 모든 대답은 1분 30초 내에 답해야 한다. 이보다 지나치게 짧거나 길면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위의 두 가지 항목에서는 그런 이유에서인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조직마다 필요 역량에 따라 점수를 다르게 배정한다. 이를테면 병무청이나 육·해군에서는 파괴적마인드셋 역량에 가점을 주진 않을 것이다. 반대로 디자인 회사에서는 해당 역량에 가점을 줄 가능성이 높다.
연내엔 CEO 면접관 가능해진다
25개의 문항을 답하는 과정에서 응시자의 말투, 목소리, 표정 등을 분석해 소프트스킬을 측정한다. 기자의 경우 소프트스킬 중 긍정성, 침착성, 집중력 등이 강점으로 나타났고 논리성, 자신감, 호감도 등이 약점으로 나타났다.

가장 우수한 등급인 1등급은 평균 60점대였고, 평균인 3~4등급은 30점대 였다. 기자는 35.7점으로 나타나 1등급과 꽤 격차가 벌어졌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말하는 영상으로 대인과의 의사소통 능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유튜버처럼 영상을 틀고 혼자 이야기를 하는 게 직업인 사람들에게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네시스랩은 이를 고려해 가상인간 면접관을 도입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실제로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을 주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어 이르면 연내에 자신의 얼굴이 아닌 AI 휴먼을 보며 응시하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삼성전자 지원자는 AI휴먼으로 재현된 이재용 부회장과 영상 면접을 보게된다는 것이다.

이 면접 솔루션은 전체적인 총평뿐 아니라 각 역량에 맞는 지표를 상세하게 측정하고 분석한다. BEI 역량은 각 역량마다 5개 이상의 평가요소가 있다. 물론 이 결과는 지원자에게 공개되지 않고 회사 인사팀에게만 공개된다.

기자는 별도의 준비없이 생각나는대로 답변했지만 실제 지원자라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에서 추구하는 역량과 관련해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고, 그로인한 결과가 어땠는지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AI면접도 공정성 문제
준비없이 면접에 응했음에도 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타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채용이 절실한 지원자라면 AI의 판단으로 합격·불합격이 정해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AI 면접관에 대한 공정성, 평가기준 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고있다. 어떤 데이터와 평가 기준으로 결과를 도출하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깜깜이 AI 면접관이 취업준비생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해 AI면접 대비 학원까지 생겨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아마존은 2018년 AI 채용을 도입하려다 성별 편향성 논란으로 도입이 취소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한 시민단체가 AI면접을 도입한 공공기관을 상대로 차별 위험은 없는지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2020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법원은 AI 면접 공급사가 공공기관에 제공한 설명자료와 업체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 평가하려는 직무 적합성 관련 문서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영복 제네시스랩 대표는 "향후 AI 면접이 보편화되려면 '평가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AI 면접관'이 돼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AI 설계과정, 데이터 수집·학습하는 과정이 타당하게 설계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AI 면접과 전문가 면접의 결과를 비교하며 상관계수를 통해 객관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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