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 IT 교육 격차 커져
최근 정부는 2025년부터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초·중학교 정보 교과 수업시간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선 환영보다 걱정의 목소리가 더 크다. 가르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해서다.27일 한국정보교사연합회에 따르면 정보교사가 1명 이상 배치된 중학교는 전국 3214곳 중 1587곳(49.4%)뿐이다. 학교 2곳당 교사 1명에 불과한 셈이다. 정보교사 1명이 2~3곳에서 많게는 7~8곳까지 학교를 순회하거나 기간제 교사가 나서서 가르치는 실정이다.
지방은 더욱 심각하다. 인천(81.5%) 경기(79.2%) 세종(79.2%) 등은 정보교사 확보율이 80%에 가깝지만, 강원(21.0%) 전북(23.9%) 전남(27.8%)은 30%가 채 안 된다. 이는 고스란히 지역 간 IT 학습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교사들의 지적이다.
최정원 만월중 교사는 “정보교사를 보유한 학교는 방과후 수업이나 동아리를 운영해 더 배우고 싶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지만, 다른 학교 아이들은 맛보기 수준의 수업만 듣고 있다”며 “컴퓨터실과 장비 등 교구도 잘 갖춰야 하는데, 순회 교사는 이를 개선하거나 손댈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담임교사가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특성상 교사의 IT 전문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교사들 간 역량 차이는 곧 학생들의 학습 격차로 이어진다.
초등학교 5~6학년 때 제대로 된 정보교육을 받고 진학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격차는 상당하다는 게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문광식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교사는 “초등 정보 교과 필수시수가 17시간인데 이것저것 시작만 해보다 끝나는 수준”이라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학생들이 워낙 많아 중학교에서 처음부터 다시 가르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보교사들 다른 과목으로 전직
정보교사 수가 처음부터 이렇게 적었던 건 아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IT 강국’을 내세우자 국내 대학에는 컴퓨터교육학과가 대거 신설됐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정보 교과 개설 의무화 세칙을 삭제하면서 정보교사 임용이 크게 줄었고, 고려대 한양대 등이 컴퓨터교육학과를 잇달아 폐지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 전국 40여 개에 달했던 컴퓨터교육학과는 현재 8개로 쪼그라들었다.2015년 박근혜 정부가 다시 초·중등 정보교육 의무시간을 마련하는 등 IT 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만시지탄’이었다. 설 자리를 잃은 많은 정보교사들은 이미 다른 과목으로 전직한 뒤였다. 정웅열 백신중 교사는 “2010년께 6지망까지 (교사 임용) 자리가 나오지 않아 미용이나 조리로 과목을 바꾸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눈앞이 캄캄했다”며 “함께 발령받은 11명 중 지금까지 정보교사로 남아 있는 사람은 3명뿐”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매년 사범대학과 일반대학 교육과정, 교육대학원 등을 통한 정보·컴퓨터 교과 교사자격증 발급 규모는 연간 516명 수준이며, 교원 신규 임용은 연간 174명 정도다. 이 정도 인력 공급으로는 2025년부터 정보 수업을 두 배 늘리는 것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지금보다 정보교사 수를 네 배로 늘려야 한다는 게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AI·SW 교육은 내용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교원 양성과 함께 재교육 프로그램이 강화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다양한 융복합 과목이 개설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보교사뿐 아니라 다른 과목 교사들도 AI·SW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우수한 정보교사를 확대 양성할 수 있도록 컴퓨터교육과 정원을 확대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모든 교사의 임용 고시에 컴퓨팅 사고력 문제를 출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최만수/최예린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