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골프연습장에 가보면 운동화를 신은 채 스윙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필드에서도 ‘운동화 골퍼’들을 종종 만난다. ‘골프화를 신는다고 스윙이 좋아지고, 운동화를 신는다고 스윙이 나빠질 리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정말 그럴까. 전문가들은 “골프화는 스윙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에서다. 제대로 스윙하려면 몸의 축이 좌우로 흔들려선 안 된다. 몸의 중심이 바닥에 단단히 붙어야 한다. 그래야 골프공을 골프채의 스위트 스폿에 정확하게 맞힐 수 있다. 골프화는 이 모든 움직임의 출발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리가 고정돼야 일관성 있고, 균형 있는 스윙을 할 수 있다”며 “운동화는 골프화만큼 접지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몸을 크게 움직이는 스윙을 할 때 다리가 흔들리거나 미끄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접지력이 뛰어난 골프화는 땅바닥과 잘 밀착되기 때문에 지면 반발력을 이용하는 강한 샷을 칠 때 특히 도움이 된다. 풀에 이슬이 맺혀 있는 새벽이나 비가 오는 날 라운딩할 때도 골프화 착용은 필수다. 이럴 때 운동화를 신으면 몸이 휘청거리거나 넘어지기 십상이다.
골프화의 역사가 골프 역사와 똑같이 출발한 건 아니다. 바닥에 스파이크가 달린 골프화가 처음 소개된 건 1856년 스코틀랜드에서 출판된 골프 교본에서였다. 이 책은 미끄러운 잔디에서 안전하게 걷기 위해 신발에 작은 못이나 스프링을 달아 견고함을 더하라고 제안했다.
나사못이 박힌 골프화가 나온 건 1891년께다. 하지만 이 골프화가 그린을 망가뜨리는 탓에 골프장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골퍼들이 신는 비금속 스파이크를 장착한 골프화가 나온 건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90년대부터다. 스윙할 때 높은 마찰력을 유지하면서도 그린을 손상시키지 않는 장점 덕분에 빠르게 확산됐다.
스파이크 골프화는 어떤 지면에서도 견고하게 다리를 붙잡아 준다. 그 덕분에 산악 골프장이 많은 국내에서 오랜 기간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스파이크가 없는 ‘스파이크리스’ 골프화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열가소성 탄성체 EVA(에틸렌초산비닐 공중합체)를 바닥 소재로 쓰면 스파이크 없이도 높은 접지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가볍고 충격을 잘 흡수하는 것도 EVA 소재의 장점으로 꼽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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